
2022년 보험사기 금액이 1조원을 돌파하며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지만 이를 처벌할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개정안은 보험사기 목적의 범죄를 가중처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보험업계의 숙원사업으로 꼽히는데 법사위가 '변호사법' 위반 소지와 '가중처벌' 조항을 문제 삼아 난항이 계속될 전망이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기 처벌을 강화하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개정안은 당초 지난해 12월 국회 법사위에 상정될 예정이었지만 여야 쟁점 법안 등으로 개정안 심사가 후순위로 밀렸다.
법사위는 해당 개정안을 두고 변호사법 위반 소지와 가중처벌의 형평성을 지적하며 통과시키지 않았다.
개정안은 △보험범죄 합동대책단 설치 △보험사기 알선·권유 금지 △보험사기 편취보험금 환수 △보험사기 계약 해지 △보험 산업 관계자 가중처벌 △보험사기자 명단 공개 △금융위원회 보험사기 근절을 위한 자료 제공권 도입 등을 골자로 한다. 이를 두고 법사위는 설계사가 가지는 중재권이 변호사법을 위반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또 개정안에는 보험사 임직원뿐만 아니라 설계사, 손해사정사, 자동차 정비업소, 의료기관 등이 보험사기로 적발되면 가중 처벌한다는 조항도 있는데 이 대목도 문제가 됐다. 보험사기라고 해서 단순 사기죄보다 관련 종사자를 무겁게 처벌하는 게 타당한지를 두고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법사위의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와 법원행정처도 기존 법률에서 이미 처벌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가중처벌을 별도로 두는 것은 과잉 입법이 된다고 지적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숙원사업으로 불리는 이 개정안 통과가 차일피일 미뤄져 아쉽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공식적으로 적발된 금액만 1조원이 넘는 보험사기를 근절할 유일한 방법이 개정안 통과라는 주장이다.
보험사기 방지법은 2016년 법안이 나온 뒤로 8년째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게 보험업계 의견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지능화되는 보험사기를 하루빨리 막기 위해서라도 개정안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일단 국회와 금융당국도 보험사기 감소가 보험료 인하로 이어져 결국은 서민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주시해 입법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무위 소속 윤창현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손해보험사의 지급 보험금과 보험사기 발생률 등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보험사기 액수는 약 10% 감소한다. 이렇게 되면서 전체 보험료는 약 6000억원 줄어든다.
이런 근거에 주목해 일각에서는 가중처벌과 변호사법 위반 등의 내용을 제외하고 예방에 중점을 둔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도 내놨다. 법사위도 이달 말 전체 회의를 통해 다시 한번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법사위를 통과하더라도 본회의에 상정되는 절차가 남아 있어 다시 한번 난관에 부딪힐 확률이 높다.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분석인데 이런 대형 이슈에 묻혀 자칫 개정안이 자동 폐기될 것이란 우려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 전체로 보면 1조원이 적은 금액일 수 있지만 위기는 작은 데서 시작된다"며 "보험사기 금액이 보험료 인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이는 서민경제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개정안이 가지는 의미가 커 통과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