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질 것으로 관망되며 우리나라 주력 수출 산업 성장도 당분간 제약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 심리가 가장 중요한 자동차, 섬유 등이 미국의 고금리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산업으로 꼽힌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2023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4% 올랐다고 집계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3.9% 높았다.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기준 금리 인하를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시기인 올 3월보다 늦출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준은 CPI 2%이기 때문이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로 돌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 금리 유지 가능성이 높아지며 산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력 산업 중 자동차 산업, 섬유 산업이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가장 크게 타격받는 분야는 섬유 산업이다. 산업연구원(KIET)이 발간한 '2024년 경제·산업 전망: 13대 주력산업편'에 따르면 섬유 산업은 지난해 2분기부터 세계 경기 악화가 가속되며 큰 폭으로 수출이 줄었다. 2분기 이전에도 고금리·고물가로 인해 위축된 소비심리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섬유 산업 수출은 줄곧 후퇴 중이었다.
2024년에도 섬유 산업은 상·하반기 모두 전망이 좋지 않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까지 발발해 조건이 더욱 나빠졌고, 주요 수출국인 미국·중국·일본 등의 경기 둔화로 인해 쉽게 소비 심리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 섬유 산업에도 희망은 있다. 미국·유럽의 친환경 정책으로 전기차가 성장하며 아라미드 등 고기능성 섬유의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 리사이클 재생섬유를 활용한 의류, 수소차 저장용기용 탄소 섬유 등도 다소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 산업도 안심할 수 없다. 'KIET 경제·산업 동향 2024년 1월 1호'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자동차는 세계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친환경차·SUV와 같은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증가 등의 영향으로 18개월 연속 수출 증가 중이라 낙관적인 전망이 많다.
그러나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의 수요보다 모자라며, 수출의 중심인 고부가가치 차량(전기차·친환경차)은 주요 수입국 유럽이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에 더불어 유럽 내 C0² 규제와 전기차 구매 보조금 축소로 소비 심리를 압박받고 있다.
조선 사업도 장기적으로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높은 금리가 유지되면 해운사들의 발주가 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환경규제가 강화되며 친환경 선박 전환 수요는 늘고 있으나 경제 불황으로 인해 해운사들도 현재로서는 발주하기보다 시장 흐름을 지켜보는 경향이 더 우세하다.
그러나 수주 후 수출까지 장기간이 걸리는 조선 산업의 특성상, 우선 올해는 2021년 수주된 대량의 선박 인도로 수출이 전년 대비 10.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올 하반기에는 금리가 내려가고 기업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12월 FOMC 회의에서 2024년 말 기준 금리를 3차례에 걸쳐 4.5~4.75% 수준으로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관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