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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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올해 4조5000억원이 넘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공급했지만 비중과 상생 금융 압박이 여전한 탓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각각 26.5%, 28.7%, 34.5%로 집계됐다.

중저신용자 포용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요 설립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2021년 5월 인터넷전문은행으로부터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를 받은 뒤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신사업 진출 제한 등의 패널티를 부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의 올해 말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는 각각 32%, 30%, 44%다.

케이뱅크는 지난 7월 고신용자 대상 신규 대출을 중단하고 이달 한 차례 중저신용자 대출 금리를 내렸으나 목표치 달성은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다. 카카오뱅크는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근사치를 구현했다.

토스뱅크는 중저신용자 비중이 2분기 38.5%에서 3분기 4% 하락한 34.5%에 그쳤다. 토스뱅크는 "녹록지 않은 거시경제 상황에서 출범한 토스뱅크가 안정적으로 포용금융을 이어가기 위해선 건전성 관리에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건전성이다. 중저신용자 비중 목표치 달성을 위해 무턱대고 비중을 높이면 연체율이 높아진다. 8월 말 기준 은행 신용대출 연체율은 1.20%로 출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저신용자 대출은 고신용자 대비 리스크가 큰 만큼 충당금 규모도 키워야 한다. 특히 케이뱅크는 올해 3분기 충당금 630억원을 쌓으며 전 분기 대비 흑자폭이 감소했다.

내년 경제 전망도 좋지 않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손성민 연구원은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을 중심으로 개인대출 및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마치고 "내년 금융 취약계층, 빚을 많이 낸 사람, 소득이 낮은 사람을 재정정책으로 타겟팅 해 도와주어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비중 미달로 인한 패널티는 사실상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1년 토스뱅크 출범 이전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자 목표치 달성을 하지 못했을 때도 "표 달성에 실패한 책임을 물어 인위적인 제재를 주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자발적으로 중금리대출 비중을 늘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먼저"라고 답한 바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인터넷은행 중저신용자 비율 달성에 "목표를 세우고 이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비중 확대 고심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최근 상생 금융을 강조하면서다.

지난달 27일 이복현 금융위원장은 인터넷은행을 비롯한 17개 은행장과 간담회를 갖고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 공급도 각 은행별 상황에 맞게 소홀함 없이 이뤄지도록 은행장들이 신경 써 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출범 주요 취지인 만큼 중저신용자 포용은 할 수 있는 한 해 나갈 것"이라며 "금융시장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비중보다는 포용 노력 자체를 봐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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