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로 허벅지가 쓰린 퇴근이었다. 일련의 보도가 일단락된 뒤였다. 쌀쌀함 탓인지 얼굴 모르는 동양생명 직원들이 생각났다. 그간의 보도가 여럿을 추운 거리로 내몬 것은 아닌지 자문했다.
사흘 전이었다. 그날 오전 동양생명 본사 앞에서 저우궈단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기온은 영하 3도를 오르내렸고 목소리마다 입김이 피어올라 말하는 이의 속말을 덮었다.
최근 저희 보도로 △저우궈단 대표가 노동조합 건으로 중국 출장을 갔다는 사실 △저우궈단 대표 지시로 경영진이 금감원 조사 관련 자문을 얻기 위해 대형 로펌을 찾았다는 사실 △그 자리에서 추후 검찰 압수수색 가능성이 거론되며 저우궈단 대표가 금감원장을 직접 만나는 방법까지 제안되었다는 사실 △동양생명 임원 중에서도 저우궈단 대표 자진 사퇴를 언급할 정도로 내부 분열이 있다는 사실 △최근 논란 속에서 동양생명이 헐값에 매각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는 사실 △저우궈단 대표 취임 이후 동양생명의 실적 추락과 함께 주가도 덩달아 꼬꾸라졌으며 투자 손익은 더 주저앉았다는 사실이 직원분께도 전해졌을 테다.
나아가 이런 보도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저우궈단 대표와 경영진은 직원을 향해 언론과 개별 접촉하지 말 것이며 해당 보도를 한 언론은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내 공지까지 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저우궈단 대표와 몇몇 인사는 회사를 위해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는 것이 좋을 것 없다는 메시지도 내놓았다고 하니 일터가 일상인 직원 입장에서 혼란은 더욱 가중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이런 단면을 보면 긴히 필요한 정보도 있겠지만 구태여 직원 입장에서 불필요한 잡음도 있었을 것으로 본다. 어떤 면에서 이런 보도는 대표와 경영진의 이슈이며 직원에게는 소중한 직장에 빗금을 긋는 불안감만 키웠을 것이란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더욱 분명한 건 그 추운 오전 복수의 직원을 그 거리에 나가게 만든 것에 이런 보도도 일조했다는 점이다. 그것이 분노였든 실망이었든 의무였든 책임이었든 해당 보도는 그날 집회의 자그마한 근거 조각이라도 되었을 거라고 감히 추측한다.
그런 무거움 속에서 추운 날 거리에 나가 목소리를 내도록 이유를 제시했다는 점을 사과드린다.
다만 사사로운 사과문을 올린 김에 저우궈단 대표를 비롯한 동양생명 주요 경영진에는 사족 하나 덧붙인다.
저우궈단 대표와 경영진이 찾는 '제보자'는 없다. 회사를 위해 직언하는 '진짜 직원'과 그럴듯한 말의 향연 뒤로 자기 잇속만 보는 '가짜 직원'이 있을 뿐이다. 조금 떨어져서 외눈이 아닌 두 눈으로 보면 외부자도 보인다. 그것부터 냉정하게 분별하는 것이 먼저라고 감히 말씀드린다.
[반론보도] "동양생명" 관련 반론보도문
본지는 2023. 11. 10. <동양생명, 무너지는 투자손익…저우궈단 취임 후 주가도 곤두박질> 제목의 기사를, 2023. 11. 16 <[데스크칼럼] 동양생명 직원께 드리는 사과문> 기사를 게재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동양생명보험은 「저우궈단 대표 취임 이후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117% 증가하는 등 우수한 실적을 보였고, 이러한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으며, 동양생명 임원들 사이에서 저우궈단 대표에 대한 공개적인 퇴진 요구는 없었다」 고 밝혀 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