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국내최초 정유공장으로 시작한 'SK울산콤플렉스'(이하 울산CLX)가 '제2의 도약'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기후위기로 맞은 에너지 전환기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미래 시장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국내 에너지산업을 이끌어온 울산CLX에 방문해, 석유화학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친환경 미래를 내다보고 왔다.


과거와 현재 공존하는 울산CLX


입구에서 바라본 울산CLX 전경. 사진=김하늘 기자

지난 13일 울산광역시 남구에 있는 울산CLX에 들어서자 우뚝 솟은 굴뚝과 대형 설비에 얽힌 배관들이 눈에 띄었다. 국내 최초로 설립된 만큼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오는 장비도 찾아볼 수 있었다.

제1정유공장은 울산이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1962년에 착공, 1964년 완공됐다. 국내 가장 오래된 정유공장으로 하루 평균 4만 배럴의 원유를 정제하고 있다. 

이후 각종 처리 및 저장시설을 확보하며 성장한 울산CLX는 현재 일일 84만 배럴을 처리하고 있다. 국내 일일 소비량의 약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중 60%인 50만 배럴은 가공 후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울산항만공사 전망대에서 바라본 울산CLX 외항 제3부두. 사진=김하늘 기자
울산항만공사 전망대에서 바라본 울산CLX 외항 제3부두. 사진=김하늘 기자

울산CLX는 원유를 수입하고 정유를 출하하기 위한 8개 부두를 보유하고 있다. 내수를 담당하는 내항의 제1,2부두와 수출입에 쓰이는 외항의 제3~8부두로 나뉘어진다. 이들 부두를 통해 CLX에는 연간 약 800척의 국내외 선박이 오간다.

유조선에서 하역한 원유는 모세혈관처럼 뻗은 배관을 통해 저장지역으로 향한다. 이곳에는 5만, 25만, 50만, 75만 배럴 등 다양한 용량의 탱크 33기가 설치돼 있어 최대 2천만 배럴을 저장할 수 있다. 이는 전 국민이 일주일 이상 넉넉히 석유를 사용할 수 있는 양에 해당한다.

울산CLX 제2 고도화설비(No.2 FCC) 일원. 작업장으로 이동하는 근로자 왼편에 원료를 저장하는 탱크가 보인다. 사진=김하늘 기자
울산CLX 제2 고도화설비(No.2 FCC) 일원. 작업장으로 이동하는 근로자 왼편에 원료를 저장하는 탱크가 보인다. 사진=김하늘 기자

울산CLX의 근로자는 약 3000명이다. 4조2교대로 근무해 동시 작업하는 근로자수는 700여 명에 불과하다.

700여 명으로 여의도 3배 면적에 달하는 공장단지 운영이 가능한 것은 '공장운영 및 유지보수 기술'(Operation and Maintenance, O&M)에 있다.

먼저 공정과정을 자동화하고 모니터링해 적은 인원으로도 대규모 시설을 관리할 수 있게 했다. 모니터링 상황은 조정실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변수 발생 시 조치한다. 또 소정수(1년), 대정수(3~4년) 단위로 정기 보수작업을 실시해 효율성과 안정성을 유지한다. 

이 밖에도 △저장탱크 외벽과 좁은 배관을 오가며 검사하는 '고공 크롤러 로봇' △초음파센서로 해저배관을 검사하는 '인텔리전트 피그'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스마트 플랜트'를 실현했다.


'탄소중립' 미래 이끌어갈 울산ARC


울산ARC 예상 조감도. 사진=SK이노베이션

SK그룹은 130개 이상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원유 중심 에너지산업의 종말을 예고했다. 앞서 지난 2021년 국내기업 최초로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고 울산CLX의 열병합발전소의 연료를 벙커C유에서 친환경 연료인 LNG로 교체했다. 

최근에는 업계최초 전 제품 '생애주기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를 완료했다. LCA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잠재적인 환경 영향을 국제표준에 따라 평가하는 방법이다. 탄소중립을 더욱 구체적으로 계획·실천하는 데 유용하다.

SK그룹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탄소중립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이끌어가기 위해 세계최초로 3대 폐플라스틱 재활용기술의 복합단지를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김기현 SK지오센트릭 PM이 울산ARC 부지에 관해 소개하는 모습. 본격적인 착공을 앞두고 평탄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사진=SK이노베이션
김기현 SK지오센트릭 PM이 울산ARC 부지에 관해 소개하는 모습. 본격적인 착공을 앞두고 평탄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사진=SK이노베이션

울산 '첨단재활용복합단지'(Advanced Recycling Cluster, ARC)는 다음달 CLX 내 21만5000㎡ 규모로 착공해 2026년 완공 예정이다. 국제규격 축구장 22개 넓이와 맞먹는 크기로 총 1조8000억원이 투입된다. 

ARC에 쓰이는 3대 원천 기술은 △열분해 △고순도PP추출 △해중합 등 화학적 재활용기술로 물리적 재활용의 한계를 뛰어넘는다고 평가된다. 각 기술은 △플라스틱 에너지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 △루프 인더스트리 등 협력사와의 공조를 통해 구현된다.

박지훈 SK지오센트릭 PM이 해중합 기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하늘 기자
박지훈 SK지오센트릭 PM이 해중합 기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하늘 기자

물리적 재활용은 투명 페트(PET)병 등 제한된 플라스틱 쓰레기만 잘게 쪼개서 처리하기 때문에 반복 재활용이 어렵다. 하지만 화학적 재활용은 오염도, 성상, 색상과 상관없이 라면봉지, 마대자루, 페트병 등 거의 모든 폐플라스틱의 처리가 가능하다.

김기현 SK지오센트릭 PM은 "울산ARC는 한 곳에서 모든 폐플라스틱을 들여와 처리할 수 있다는 물류적 강점이 특징"이라면서 "세계최초로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동시 구현함으로써 업사이클링 산업을 선도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오는 2026년 수도권 내 폐기물 매립이 금지되고 2030년부터는 전국적으로 생활쓰레기 직매립이 불가하다"며 "울산ARC가 국내 쓰레기문제 해결의 대안이 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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