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금융이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에 더는 자금 투입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이 은행의 흑자전환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KB부코핀은행의 적자 폭이 확대된 상황에서 KB금융 내부에서 반등 시점을 어느 정도 자신하고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전날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진행한 유상증자가 부코핀에 대한 마지막 증자임을 분명히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부코핀은행 '반등' 시점을 두고 관심이 집중되자 시기가 중요할 뿐이지 흑자전환은 분명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되는 설명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18년부터 부코핀은행 지분 인수를 시작해 지난해 9월 지분 67%를 보유한 대주주로 등극했다.
인도네시아는 상업은행을 자본금 규모에 따라 BUKU1~BUKU4로 분류한다. 부코핀은행은 자본 5조 루피아(한화 약 4265억원) 이상인 BUBKU3 등급이다.
하지만 인수 이후 코로나19가 퍼지면서 인도네시아 경제 상황이 나빠지자 부코핀은행 적자 폭도 커졌다. 2020년 434억원이던 손실은 2021년 2725억원, 2022년 8020억원까지 늘었다.
KB금융은 지난해 10월 부코핀은행에 793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과거 부실을 정리하고 시장으로부터 신뢰받는 은행으로 만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당시 조남호 KB금융 전무는 "당분간 증자가 필요 없다고 판단할 규모로 진행했다"고 자신했다.
조 전무는 지난 2월에도 부코핀은행 적자 논란에 "부코핀은행이 부실은행임을 인지하고 인수했으며 코로나19로 정상화가 늦어지고 있다"면서 "대출 부실치는 예상을 뛰어넘지만 현재 기준 전체 부실채권(NPL) 금액보다 더 높은 충당금을 쌓아준 만큼 당분간 해외 자회사에 대형 자금 투입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부코핀은행이 쌓은 대손충당금은 5700억원이다. 이익 대비 큰 금액을 적립한 탓에 부코핀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6.56%으로 하락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도 부코핀은행 부실 우려를 내비친 바 있다. 지난 2월 노조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과 함께 "회사 측이 여전히 KB 부코핀에 대해서 부실은행이라는 점을 알고 인수했고 굿뱅크로 전환 중인 과정이라고 한다"며 "또한 더 이상 대규모 충당금 적립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부코핀 은행의 정상화 시점을 2023년이 아닌 2025년으로 말하는 것은 '알 수 없는 추가 부실규모'를 감안한 임기응변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KB금융은 올해 1분기에도 부코핀은행이 진행한 1조5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7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번 투자로 KB금융이 부코핀은행에 투자한 자금은 약 1조5000억원이다.
부코핀은행은 지난 6월과 9월 싱가포르 IDMB유나이티드, 인니 자산관리공사에 각각 3630억원, 1140억원 규모의 부실대출을 매각 및 양도했다. 유상증자 이후에도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2000억원 자금 투입을 예고했다.
그사이 부코핀은행의 올해 1분기 자기자본비율은 -7.32%까지 떨어졌고 순손실은 3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배 가까이 하락했다.
이와 관련 KB금융 관계자는 "올해 초 예상과 동일하게 부코핀은행 정상화는 2025년으로 예상한다"며 "코로나19로 정상화 일정이 예상보다 2~3년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