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격이 하락하면서 관련 ETF와 예금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일본 정부가 구두 개입을 통해 엔저 흐름에 대응하겠다고 밝히며 하반기 엔화 전망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28일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일 엔화는 달러당 144엔대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원·엔 환율은 지난 19일 약 8년 만에 800엔 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엔화 하락에 외화 예금도 크게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23일 발표한 '2023년 5월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엔화 예금은 62억5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9억3000만 달러 증가했다. 이는 2017년 10월(9억7000만 달러) 이후 최대 폭이다.
엔 선물지수를 기초지수로 삼는 'TIGER 일본엔선물 ETF'도 거래대금이 크게 늘었다. 4월 개인투자자는 해당 ETF를 14억원가량 순매도했으나 5월에는 102억원 순매수를 진행했고 6월에는 492억원의 금액이 몰렸다.
일본은행(Bank Of Japan, BOJ)이 지난해 하반기 엔화가 달러당 150선에 다다랐을 때 엔화 하락 방어를 위해 시장 개입에 나선 바 있으나 현재 달러당 엔화 가격이 145선 이하로 내려앉은 상태다.
이에 일본 칸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은 이날 오전 8시 기자단에 "환율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지나친 움직임이 있다면 적절히 대응하겠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엔화 전망이 BOJ의 통화정책 방향성에 달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 연준이 올해 중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는 등 공격적인 기조를 보였지만 일본은 여전히 완화정책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외환 당국의 개입이 주기적으로 전개되고 있어 추가적인 엔화 약세 폭은 제한적이겠지만 수익률 통제 곡선(Yield Curve Control, YCC) 정책 조정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엔화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YCC는 10년 장기 국채 수익률 변동 폭을 정해두고 이를 넘어서면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해 수익률을 유지하는 정책이다.
전 연구원은 일본 경제가 여타 선진국 대비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는 만큼 물가 선순환과 함께 BOJ의 통화정책이 정상화되면 엔화 강세를 유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일본이 1990년 디플레이션을 겪었던 만큼 쉽사리 통화정책 방향을 바꾸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이 점차 문제가 되면 BOJ의 정책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될 것"이라며 "물가 레벨이 급등했고 엔화도 전고점에 가까워질 만큼 약세를 보이는 상황이니 단기적으로는 BOJ의 액션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연구원은 "30년 동안 디플레이션의 고통을 겪은 나라인 만큼 통화 긴축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