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남선 열차를 타고 강경역에서 내린 뒤 금강 방향으로 약 4분 정도 걷다보면 대흥시장이 나온다. 이곳은 육지임에도 고깃배가 드나드는 항구에서나 맡을 수 있는 비릿한 생선 냄새와 짭짤하고 알싸한 냄새가 섞인 묘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지난 16일 오후 찾은 강경은 '젓갈의 고향'이라 불린다. 1930년대까지 원산항과 함께 2대 포구(浦口)로 꼽혔다. 황해서 들어오는 해산물을 내륙으로 옮기거나 오래 보관하기 위해 염장기술이 발달했다.
금강하구둑이 생기고 물길이 막힌지 오래지만 젓갈 담그는 비법은 그대로 이어져 오늘날에도 전국 최고의 젓갈시장이라는 명성을 지키고 있다.
부둣가 터인 염천리·태평리 일대에는 현재 자체 생산·숙성시설을 보유한 젓갈 백화점이 오십여 곳 모여있고, 대흥교 건너 대흥시장이 인접해 있다.
1955년 5일장으로 개장한 대흥시장은 수요가 늘어나면서 상설시장으로 바뀌었지만 아직도 매월 끝자리 4일, 9일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최근 새우젓과 액젓 주문량이 (지난해 대비) 부쩍 늘었어요. 아직 김장철이 아닌데. 오염수가 방류되기 전에 만든 김장용 젓갈을 미리 사두려는 것 같아요."<상인 ㄱ씨(50대, 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이곳도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는 모습이었다.
오염수 이야기에 모여든 주변 상인들도 말을 보탰다. 상인 ㄴ씨(60대, 여)는 "아직 방류가 실시되지도 않았는데 언제 만든 젓갈이냐 묻는 손님도 있다"며 "오염수보다는 오염수를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게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철저히 수산물을 관리하고 설명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인 ㄷ씨(50대, 여)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도 난리법석이었지만 결국에는 제자리로 돌아왔다"며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지난 16일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가 과학적으로 안전한 게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후쿠시마 등 8개 현에서 잡히는 수산물에 대한 수입 금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수산물 역시 안전성이 입증되지 못할 시 금수 조치는 해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 해역에서 잡히는 수산물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과학적·객관적으로 보증하기 위한 '찾아가는 현장 설명회'를 6월 말까지 20회 이상 개최한다고 했다.
또 최근 소금 품귀 현상에 대해 사재기 징후가 없다고 못박았다. 정부는 최근 날씨 문제로 생산량이 감소한 데다 장마철을 앞두고 출하량이 조절된 까닭에 가격이 상승했다고 지난 15일 설명했다.
특히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은 "여러 차례 현장을 확인한 결과, 가공·유통 업계 차원에서 발생하는 사재기 징후는 아직 없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시민들의 불안에 의해 일시적으로 소매만 늘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강경에서는 정부가 현장 상황을 모른다는 한숨 섞인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3대째 젓갈장사를 이어온 젓갈백화점 점주 ㄹ씨(50대, 여)는 "(신안에) 소금 주문한지가 보름짼데 아직도 2주는 더 기다리라고 한다"며 "혹시나 소금값이 계속 오르면 인상분만큼 젓갈 가격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은 비축분이 있어 많이 팔리는 게 좋기는 한데 앞으로가 고민이다. 특히 김장철 앞두고 10월에 젓갈축제가 열리는데 대목에 맞춰 한껏 준비했다가 다 못팔까봐 걱정된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