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를 이끌어가는 양대 산맥인 '전자산업'과 '자동차산업'의 주요 대기업 인건비 희비가 크게 교차했다. 

반도체 불황여파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인건비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지만, 최근 호황을 맞은 현대차와 기아 등 자동차 업체는 인건비 개선이 뚜렸하게 나타났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25일 이같은 내용의 '2018년~2023년 각 년도 1분기 기준 전자 및 자동차 주요 대기업 인건비 변동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 주요 전자 업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LG디스플레이, 삼성전기를 포함한 5곳이다. 자동차 업체는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 3곳이다. 

지난 2018년부터 올해까지 각 년도 1분기 매출과 인건비, 영업손익 등을 파악해 분석했다. 매출 등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이며, 인건비는 각 기업의 재무제표 주석에 기재된 성격별 비용 항목 등에 기재된 인건비(급여와 퇴직급여) 금액으로 계산이 이뤄졌다. 인건비율은 각 1분기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을 의미한다.

조사 결과 전자 업체 5곳 중 LG전자를 제외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삼성전기 4곳은 지난해 1분기 대비 올 동기간 인건비율이 일제히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 4개 기업은 올 1분기 인건비율이 지난 2018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개별 기업별로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018년 1분기 기준 매출은 42조6069억원이고 성격별 비용 항목에 기재된 인건비 규모는 2조7829억원 수준이었다. 당시 인건비율은 6.5% 수준이었다. 이후 2019년 8.3%→2020년 8%→2021년 8.4%→2022년 7.9%로 5년간 인건비율은 8% 내외 수준에서 움직였으나, 올 1분기엔 10.1%를 기록했다. 처음으로 인건비율이 10%대로 진입했다. 

SK하이닉스의 지난 2018년 1분기 인건비율은 8.2% 수준이었으나, 이후 2019년 11.6%→2020년 10.8%→2021년 10.7%→2022년 12.3%로 달라졌다. 13%를 넘지 않던 비율은 올 1분기에는 19.1%로 전년 동기간 대비 6.8%포인트(P)나 뛰었다. 지난 2018년 1분기 때와 비교하면 10.9%P나 차이를 보였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의 올 1분기 인건비율도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인건비율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8년 1분기 인건비율이 13.5%였는데, 올 1분기에는 16%까지 치솟았다. 삼성전기는 2018년 1분기 때 18% 수준이었는데, 올 동기간에는 23.2%까지 높아졌다. 

다른 전자 업체와 달리 LG전자는 지난해 1분기 대비 올 동기간 인건비율이 18.7%에서 15.6%로 1년 새 3.1%P 낮아져 눈길을 끌었다. 인건비율이 낮아진 배경엔 1분기 매출이 최근 1년 새 11.1% 떨어질 때 인건비는 25.9%나 더 큰 폭으로 줄인 영향이 컸다. 

주요 전자 업체의 인건비율이 2018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찍으며 경영 개선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으나, 현대차를 비롯해 기아와 현대모비스와 같은 자동차 관련 업체의 인건비 상황은 전혀 달랐다. 주요 3개 자동차 회사의 올 1분기 인건비율은 지난 2018년 이후 가장 낮아졌다. 

현대차는 지난 2018년 1분기 당시 매출은 9조6724억원이고 인건비 규모는 1853억원으로 매출 대비 인건비율은 14.8%나 됐다. 이후 2019년 13.9%→2020년 13.7%→2021년 11.6%로 점점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13.8%로 다시 이전해보다 2.2%P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올 1분기에는 10%로 떨어졌다. 1년 새 인건비율이 3.8%P로 하락함과 동시에 지난 2018년 이후 인건비율이 가장 낮아졌다. 

기아 역시 2018년(13.8%)과 2020년(13.7%) 1분기 때는 인건비율이 13%대를 기록했으나, 올 동기간 9.1%로 10% 미만대로 뚝 떨어졌다. 이는 지난 2019년 1분기 때 9.6% 수준의 인건비율을 보일 때보다 더 낮은 수치다. 지난해 1분기 때와 비교하면 최근 1년 새 인건비율이 2.5%P 더 낮아졌다. 

현대모비스 인건비율도 2018년 5.6%였으나, 올 1분기엔 4.2%로 최근 6년 중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높은 인건비 때문에 경영진의 시름이 깊었는데, 올해는 전자 업체들의 경영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상화은 역전됐다"며 "1분기 이후 경영 개선 흐름이 뚜렷하지 않을 경우 올해 주요 전자 업체의 직원 연봉은 5~10% 정도 작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농후하고 일부 기업은 하반기에 인력 구조조정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