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전기차 차별 논란이 일고 있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해 현대차가 조지아주 공장 건설 중단 가능성을 제기하며 양측의 갈등이 새국면을 맞았다. 미국정부는 IRA와 관련해 배터리 부품·핵심광물 요건을 내년 3월 이후 적용한다면서도 ‘북미 최종 조립’ 규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IRA 유예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다만 현대차 입장에서 타격 최소화가 가능하고 장기적으로 세제 해택 문제도 있어 공장 건설 중단 사태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지난19일(현지시간) ‘IRA의 핵심 세제 조항 일정’에서 “배터리 부품 및 핵심광물 요건에 대한 잠정 지침 규칙안을 내년 3월에 공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규에 따라 배터리 부품 및 핵심 광물 요건은 규칙이 공지된 후 적용된다. 하지만 IRA에서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외국산 전기차 차별 조항으로 지적하고 있는 ‘북미 최종 조립’ 요건에 대한 세부 규정 발표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IRA는 내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부품의 50% 이상을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부품을 사용하고 베터리 핵심광물의 40달러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경우와 북지 지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로 세액공제(보조금) 혜택을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을 충족시키는 한국 자동차 업체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 이 규정이 유지되면 하위 규정이 완화돼도 한국 기업의 전기차는 당분간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에 달하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현대차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2025년 상반기 생산을 목표로 지난 10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까지 가졌지만 시기가 너무 늦다는 게 문제다. 현대차와 정부는 이때까지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을 늦추고자 노력 중이다. 현대차는 공장 건설 중단 가능성도 시사했다. 

로버트 후드 현대차 정부 대응 담당 부사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간) ‘IRA로 인해 조지아주 투자를 철회하거나 규모를 줄일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 회사가 계속 주시해야 할 경제적 결정”이라며 “시장이 계속 우리의 성장에 잠재적으로 해를 입힌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지를 재평가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미 재무부가 IRA 시행지침 마련을 위해 실시한 의견수렴 과정에서 현대차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 완공 전까지 ‘북미최종 조립’ 규정 시행을 3년 유예하고 친환경 상용차 범위 확대 등의 입장을 집중적으로 요청했다.

조지아주를 지역구로 둔 래피얼 워녹 민주당 의원도 조지아 공장 완공 시점까지 IRA 전기차 세액공제 관련 조항 시행을 유예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논란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IRA가 FTA에 완전히 위배 되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WTO(세계무역기구)로 이를 가져가는 것은 좋은 전략”이라며 “이를 잘 활용하면 미국이 북미 최종 조립 규정을 유예할 가능성도 없진 않다”며 반의 확률로 미국이 양보할 수 있다고 봤다.

현대차 조지아 공장에 대해선 “미국이 관련 조항을 유예하지 않더라도 현대차가 전략적으로 최소한만 가동을 유지한다면 타격이 크지 않고 장기적으로 세액공제 혜택을 봐야하기 때문에 조지아 공장 건설 중단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성용 중부대학교 교수는 “미국에서 바이든의 입지가 확고하지 못하고 바이든 재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의 힘겨루기 상황에서 미국 내부적으로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바이든이 혼자 인심 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하 교수는 “현대차의 조지아 공장이 미국 전체로 보면 그렇게 큰 비중은 아니고 조지아주 의원들이 국회에서 힘을 써야하는 상황인데 쉽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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