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가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발행을 늘리며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증권사는 연말을 앞두고 기존 예적금 대비 높은 금리를 내세워 퇴직연금 고객 유치과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 SK증권은 이달 각각 약정금리 8.5%, 8.2%의 ELB 상품을 출시했다.

ELB는 주가지수나 특정 개별 종목의 주가를 연계해 주익을 결정하는 파생상품이다. 자산 대부분을 곡공채로 채우고 일부만 위험 자산에 투자한다. 원금을 보장하고 6%~7%대 확정금리 상품이 많아 투자자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증권사는 ELB 상품을 내세워 금리가 중요한 DB형 퇴직연금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ELB는 원금 보장형이라는 장점에도 ELS(주가연계증권) 대비 수익이 낮고 조건이 많아 인기를 끌지 못했으나 대부분의 퇴직연금 만기가 연말인 만큼 고객 확보를 위한 포석을 놓은 것이다.

증권사들이 앞다퉈 높은 금리의 ELB 상품을 출시하자 금융당국은 퇴직연금 사업자, 비사업장게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상품 이자율을 사전 제출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이는 과도한 금리 경쟁을 제지하기 위한 조치였으나 증권사는 되려 높은 금리의 상품을 출시했다.

지난달 키움증권은 8.25% 금리의 ELB 상품을 출시하려 했으나 계획을 철회했다. 키움증권 측은 “금융당국의 재검토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며 “역마진 이슈를 감안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ELB 상품 발행이 늘어난 이유는 레고랜드 발 채무 불이행 사건으로 부동산 PF 시장이 침체되면서 증권사가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증권사의 ELB 총 발행액은 13조3400억원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50.9% 늘었다. 지난 11월 ELB 발행액은 3조94억원으로 전월 대비 161% 증가했다.

특히 현대차증권, 교보증권, 대신증권 증 중소형 증권사의 발행 규모가 커진 점이 눈에 띈다.

실제로 ELB 상품은 원금 보장형이긴 하지만 예적금 상품이 아니라 투자자 보호가 불가능하다. 또한 채권 상품의 한 종류인 만큼 증권사가 파산할 경우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P 발행이 어려워진 데다 시장상황이 단시간에 좋아지기 힘든 만큼 현금확보에 힘쓰고 있는 증권사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ELB로 확보한 현금은 증권사 회계 상 부채”라며 “재무건전성 확보엔 도움이 되지 않아 투자자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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