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한국장애예술인협회
사진 제공=한국장애예술인협회

발달장애인 소리꾼 이지원 씨(22세)가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전수자 시험에 합격했다.

전수자 시험은 블라인드 테스트로 경기잡가 6곡 가운데 본인이 추첨해서 나온 곡과 심사위원이 그 자리에서 지정해준 곡을 부르는 방식으로 시험을 치른다.  발달장애인이 경기민요 전수자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나사렛대학교 실용음악과 3학년으로 재학 중인 이지원 씨는 “한국장학재단 문화 예술 분야 선정 장학생 400명에 포함돼 있어서 졸업할 때까지 전액 장학금을 받게 됐다”라며 “앞으로 3년 동안 전수자 교육을 열심히 받고 나서 그다음 단계인 이수자도 도전해볼 것”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지원 씨는 지난해 경기민요보유자인 인간문화재 이춘희 선생을 만나 큰 격려를 받고 전수자 시험에 도전했다고 한다. 이지원 씨의 어머니 곽진숙 씨는 “도달할 수 없는 꿈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합격 소식을 접하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발달장애가 있어서 안 될 줄 알았는데,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가능해지는 현실에 희망이 생긴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태어나면서 선천성 심장질환과 희귀 질환인 윌리엄스증후군으로 인한 중증 지적장애 판정을 받은 이지원 씨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현재까지 14년간 판소리와 경기민요를 배우며 국악인의 길을 걷고 있다.

수많은 대회 수상은 물론, 500여 회가 넘는 공연으로 장애인예술계에서 희망의 전도사가 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를 넘어 2018년 일본 동경골드콘서트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특별상을 수상했고 다수의 해외 공연을 펼친 바 있다. 

언니를 따라다니던 동생 이송연 씨도 같은 길을 선택해 ‘민요자매’로 활동하고 있다. 이송연이 2021년 KBS1 ‘트롯전국체전’에 출연해 언니가 장애예술인이라고 밝히면서 함께 노래를 불러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방귀희 회장은 “2000년에 제정된 장애예술인지원법으로 정부에서 장애인예술 정책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장애예술인들이 기량을 발휘하며 제도권 내에서 인정받고 있어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앞으로 한국의 장애인예술이 국제적인 주목을 받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기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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