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냈던 롯데케미칼이 올해에는 높은 원재료 가격, 수요 부진, 공급과잉 등 3중고에 시달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1/10 수준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어려움을 버티면서 배터리 소재 사업, 수소 사업 등 신사업 육성에 적극 나서며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16일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올해 매출은 21조8554억원으로 전년보다 20.6% 늘며 사상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1675억원 수준으로 전년보다 89.1% 급감하며 작년(1조5356억원) 영업이익의 1/10 수준으로 축소가 예상된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8.5%에서 0.8%로 급락하며 간신히 흑자를 낼 전망이다. 이는 심각한 부진을 겪었던 지난 2020년 영업이익(3560억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실적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2분기에 21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작년 동기(2978억원 흑자) 대비 적자 전환했다. 

증권가 컨센서스는 롯데케미칼이 올해 3분기 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최근 나오는 증권가 보고서는 적자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최고운 애널리스트는 롯데케미칼이 올해 3분기 104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봤다. 

올해 롯데케미칼의 실적 부진은 3중고에서 비롯됐다. 원유에서 추출하는 석유화학 업계의 기초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상반기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예년보다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커졌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등 여파로 글로벌 수요 부진까지 이어졌다. 팬데믹을 겪는 동안 글로벌 에틸렌 공급물량은 10% 이상 증가하며 공급과잉 사태까지 직면했다.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에틸렌 가격이 팔수록 손해인 상황에 몰렸다. 에틸렌 손익분기점은 톤당 300달러지만 이미 5달 연속 300달러를 하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폴리에틸렌 등 합성수지 가격도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전년동기비 10~20% 이상 하락했다. 롯데케미칼은 2분기부터 공장가동률을 80% 수준으로 하향조정해 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계속 커지면서 석유화학 업황악화의 피해를 롯데케미칼이 고스란히 받고 있는 형국이다. 롯데케미칼은 기초소재사업이 주력인데 판매가격 회복이 언제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높은 석유화학 소재사업 비중을 낮추기 위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며 '장기전'에 돌입했다. 

두가치 축은 2차전지 소재사업과 수소사업이다. 롯데케미칼은 오는 2030년까지 전지소재에 총 4조원, 수소에 6조원을 투자해 각각 연매출 5조원을 내는 사업으로 키울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 연간 3조원 수준의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수소에너지사업단’과 ‘전지소재사업단’도 새로이 신설했다. 

롯데케미칼은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등 이차전지 4대 소재 사업 진출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지난 1월에는 바나듐이온 배터리 업체인 스탠다드 에너지에 650억원을 투자, 15%의 지분을 확보했다. 바나듐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물 기반 전해액을 사용, 발휘 위험성이 원천 차단된 고안전성 전지다.

지난 4월에는 미국의 리튬메탈 음극재 개발 스타트업인 소일렉트와 합작사 설립에 나섰으며, 지난 7월에는 롯데알미늄과 함께 미국 내 최초로 양극박 생산기지 설립 계획도 발표했다. 지난달 말 롯데케미칼은 동박생산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단독 입찰자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산업에서도 착실한 준비가 이어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수소저장용기(수소탱크) 상용화를 위한 파일럿 공정설비 구축을 9월 초 완료했다. 이번 파일럿 설비는 약 1488㎡ 규모로 롯데그룹 화학군 소속인 롯데알미늄의 인천공장 내 부지를 활용, 약 1년여 공사 기간을 거쳐 완공됐다.이르면 1년내 수소탱크를 직접 만들어 상용화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2030년까지 120만톤 규모 청정 수소 생산, 연내 합작사 설립을 통한 충전소 사업과 발전 사업 추진, 롯데그룹 내 계열사의 모빌리티 기반 활용 등을 추진해 나간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순수 화학업황의 부진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롯데케미칼의 경우 2차전지 소재, 수소 등 사업다각화를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어 가시적 성과를 내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는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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