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였던 두산메카텍이 범한산업에 매각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두산메카텍 신입직원 16명은 취입하자마자 인턴도 못 떼고 중소기업 범한산업 인턴이 됐다는 웃지못할 얘기도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범한산업 컨소시엄은 두산에너빌리티 100% 자회사 두산메카텍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메카텍 주식 552만1414주를 1050억원에 전량 양도하는 방식이다. 총 처분 금액 가운데 900억원은 바로 지급 받고, 나머지 150억원은 내년부터 2025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분할 지급 받기로 했다.
범한산업 컨소시엄은 경남 창원에 본사를 둔 범한산업과 메티스톤에퀴티파트너스로 이뤄져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측은 이번 매각이 친환경 에너지 중심 사업구조 개편 가속화와 재무구조 건전성 제고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3월 말 기준 1년 내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금융상품을 포함 2조544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순차입금이 4조원에 육박해 자금 사정이 넉넉지만은 않다. 이에 두산메카텍을 정리해 마련한 자금을 친환경 에너지사업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두산메카텍은 2001년 두산그룹에 편입됐다. 2020년 두산중공업(두산에너빌리티의 옛 사명)이 완전자회사로 인수한 화학공업기기 제조기업이다. 창원에 1·2공장을 두고, 압력용기·반응기·열교환기 등 정유·석유화학플랜트 부품을 생산해왔다.
두산매카텍의 매출은 약 3000억원 수준이며 직원 수는 약 300명이다. 2019년 3118억원, 2020년 3175억원, 2021년 2941억원 등 매년 3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2019년 184억원, 2020년 160억원, 2021년 111억원으로 감소추세다.
범한산업은 해군·조선 분야 공기압축기 전문 회사로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660억원으로 직원 수는 2022년 현재 46명 정도의 중소기업이다.
매출액 3000억원에 직원 수 300명인 중견기업을 매출이 1/5이고 직원 수는 40명 대에 불과한 중소기업이 인수하게 된 셈이다.
범한산업은 두산메카텍의 화학공업기기·수소액화기술을 기존 사업 분야에 접목한다는 계획이다. 두산메카텍의 기존 사업에 투자하고 인력 감축이나 복지 축소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직원들 의견 배제하고 급속 매각 진행...직원들 여기저기서 '반발'

그런데 이같은 결정이 직원들의 의견은 배제된 채 갑자기 진행된 것이어서 직원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또 두산이라는 대기업 간판이 빠지면서 갑자기 중소기업 직원이 됐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두산메카텍지회는 지난 6월 7일 창원 두산메카텍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매각 철회를 촉구했다. 두산메카텍 금속노조와 비상대책위원회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직원들에게 공유된 내용이 전혀 없었고, 지금도 사측이 직원들과 소통하지 않고 있다"며 "잦은 합병과 분리 과정에서 계열사 지원에 이용만 당했다"고 주장했다.
직장인 익명게시판(블라인드)에도 두산메카텍 매각과 관련된 얘기가 퍼지고 있다.
두산메카텍 한 직원은 15일 블라인드에 올린 글에서 "매출액 3,000억 직원 300명인 대기업을 매출 1/5 수준의 직원 40명 중소기업에 1,050억이라는 헐값에 매각했다"라며 "그간 몇년 그룹을 살린다며 창원 1,2공장 포함 메카텍 자산 7,000억을 다 뽑아 먹고 직원만 300명 남은 회사를 직원들 몰래 IPO를 앞둔 40년지기 죽마고우 소유의 중소기업에 넘겼다"라고 썼다.
작성자는 두산에너빌리티 사장과 범한산업 대표가 마산중앙고 3학년 1반 같은 반 친구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메카텍 16명 신입은 인턴 딱지도 못떼고 범한으로 넘어가게 됐다. 두산 에너빌리티 신입 지원자들 잘 생각하셔라"라고 썼다.
두산메카텍은 채용연계형 인턴제도를 두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채용연계형 인턴으로 16명을 채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두산그룹이라는 이름값을 기대하고 두산메카텍 채용연계형 인턴이 됐지만 입사하자마자 세달도 안돼 범한산업 인턴이 되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두산메카텍 일부 직원들의 반발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잘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