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사옥(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제공)
현대중공업그룹 사옥(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제공)

현대중공업 노조사가 마련한 2021년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2일 오전 7시부터 정오까지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이날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6670명 가운데 5768명(투표율 86.48%)이 참여했다. 개표 결과 찬성 1901표(32.96%), 반대 3851표(66.76%), 무효 16표(0.28%), 기권 0표로 과반 이상 찬성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 처리됐다.

잠정 합의안에는 기본급 7만 3000원 인상(호봉승급분 2만 3000원 포함), 성과급 약정임금의 148%, 격려금 250만원, 복지포인트 30만원 지급 등이 담겼다.

현대중공업은 노조가 3사 1노조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 조합원들도 이날 함께 2021년도 임단협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노조는 분사된 건설기계와 일렉트릭 등 3사가 단일노조를 구성하고 있어서 3사 모두 잠정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날 찬반투표가  부결되면서 임금 단체 교섭의 줄다리기를 이어 가게 됐다. 

앞서 노사는 지난해 8월 30일 임협 상견례 이후 교섭을 진행했으나 해를 넘기도록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올해 2월부터 매일교섭체제로 속도를 낸 끝에 38차 교섭에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조합원 찬반투표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앞서 노조는 2016·2017년 2년치 임단협과 이듬해 2018년 임단협에서도 1차 잠정합의안을 부결시켰다. 2019년 임금협상과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도 부결된바 있다. 

이에 따라 노사는 다시 교섭을 갖고 새로운 합의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노사가 당분간 휴식기를 갖고 부결된 원인을 분석해 교섭 재개 시점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창립 50주년을 하루 앞두고 노사 합의가 불발되면서 3세 경영 체제 전환에도 힘이 빠진 모양새다.  

오너 3세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은 이날 한국조선해양 주주총회에서 등기임원으로 선임됐다. 정 사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현대중공업도 오는 2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정기선 사장을 사내이사로 임명하고 권오갑 회장과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올해는 창사 50주년이 되는 해에 전문 경영인체제에서 오너 경영체재로 재정비되고 미래사업을 중심으로 신사업을 확장해나갈 방침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향후 자율운항, 수소, 로봇 등 3대 미래사업을 중심으로 신사업 확장에 매진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지주 주총에서는 회사명을 'HD현대'로 변경하는 안건이 상정된다. 제조업 중심의 이미지를 벗고 투자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한편 정기선식 그룹 구조전환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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