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준 대표이사 사장. 사진=오리온 

 

오리온이 이번 주부터 식품개발 전문가의 경영 체제를 본격화한다. 영업통이었던 이경재 전 대표가 6년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고, 제품 개발과 연구를 맡아온 이승준 사장 체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로써 이승준 오리온 대표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허인철 부회장과 함께 회사를 이끌게 된다.

오리온은 오는 24일 본사에서 주주총회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승준 글로벌 연구소장 사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한국법인 대표이사로 선임되는 이승준 대표는 1989년 오리온에 입사한 식품개발 전문가로 상품개발팀장, 중국 법인 R&D 부문장, 글로벌 연구소장을 거쳤다.

이승준 대표는 ‘꼬북칩’, ‘닥터유 단백질바’ 등의 히트상품을 탄생시키고, 글로벌 R&D를 총괄하며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신제품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리온은 제품 차별화를 통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2017년 글로벌 연구소가 출범한 이후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글로벌 법인의 연구개발의 본부 기능을 수행하면서 각국의 소비자와 시장 특성에 맞춘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올해 R&D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강화해 신제품 개발에 나서면서 중국 의존 비중을 낮추고, 베트남 등 신흥시장 매출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지속해서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오리온은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아 ‘사드발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화교 3세인 데다가 중국 법인 매출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에도 오리온의 전체 매출액은(내부거래 제거 후) 2조 3555억원으로 중국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6.9%(1조 1059억원)에 달한다. 이어 국내 매출 33.5%, 기타 매출 19.6% 순이다.

1997년 베이징에 첫 공장을 세운 오리온은 중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오리온은 2016년만해도 중국법인 매출이 1조원을 웃돌았지만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중국법인 매출이 7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 정부가 한류 금지령과 중국 내 반한 감정 확산으로 제품 소비가 줄었고, 주요 제품 판매량도 감소한 것.

이후 오리온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과 유통채널 변경을 통해 사업 효율화에 나섰고 2020년 1조원대로 매출을 끌어올리며 위기를 벗어났다. 또한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 시장에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전략을 펼쳤다.

이번에 중국 법인 R&D 부문장, 글로벌 연구소장을 지낸 이승준 대표가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는 것은 이러한 기조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신제품 개발로 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고,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작년 12월 제품 현지화 전략을 펼치며 베트남 법인 성장에 기여해온 김재신 전무를 중국 법인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중국법인 지원 본부장을 지낸 박세열 전무는 베트남 법인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오리온은 베트남을 공략하면 동남아 전역에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쌀과자·양산빵 진출에 이어 견과류 시장까지 진출했다. 해외 시장 다변화를 통해  

오리온 관계자는 “제품 차별화와 현지화 체제 강화를 통해 글로벌 종합식품기업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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