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주항공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에서 2022년 바뀐 승무원 용모 관련 규정이 직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도무지 2022년에 적용될 규정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통제가 심하다는 것이다. 

최근 직장인 익명게시판(블라인드)에는 제주항공에서 근무하는 승무원 A씨가 올린 '2022년 승무원들에게 요구하는 규정, 이거 맞는 건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가 됐다. 

A씨는 "코로나 이전, 새로운 본부장이 오기 전까지는 다른 항공사보다 승무원들에게 어느정도의 어피어런스(외모)에 자율을 주는 그런 항공사였다"며 "머리 스타일의 경우 승무원들이 더 이상 딱 붙는 쪽 머리를 하지 않아도 됐고, 선택 사항"이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새로운 본부장이 오고 나서 2022년 제주항공 승무원들은 1970년대 대한민국에서 있었던 장발 단속과 같은 시대를 역행하는 통제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밑에 보이는 규정들이 2022년에 맞는 규정이라고 생각되는가"라고 썼다. 

또 "아울러 월급이 지원되지 않는 무급월에 회사일 관련해서 화상 회의, 워크샵 등 일을 시키는 건 어디에 제보를 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A씨에 따르면 이전에는 용모복장 규정이 비교적 자유로웠는데 새로운 본부장이 오면서 2022년 승무원 용모복장 규정이 생겨났고, 이것이 시대에 맞지 않게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다. 

제주항공 용모복장 규정 일부.(이미지=블라인드 캡쳐)
제주항공 용모복장 규정 일부.(이미지=블라인드 캡쳐)

A씨가 올린 사내 용모복장 규정에는 항목별 준수사항이 매우 구체적으로 나열돼 있다. 

'펌 스타일 헤어의 경우에도 2차 스타일링을 반드시 한다. 2차 스타일링이란 고데기와 드라이기를 이용해 손질한 스타일링을 말한다', '뿌리 컬러 관리를 반드시 하며 3cm 이상 자라난 머리는 염색을 해야 한다', '앞머리의 경우 길이는 눈썹까지 가능하다, 옆머리 고정을 위한 핀 사용시 한쪽에 최대 2개까지 허용하며 양쪽 사용은 지양한다', 귀는 2/3 이상 보이도록 한다', '옆머리 길이는 턱선을 넘지 않도록 한다', '묶은 머리는 15cm 이상 40cm 이하까지 허용한다, 묶은 머리의 위치는 눈썹 선 위를 넘지 않도록 한다' 등 cm 단위로 헤어스타일 등 용모 통제를 하고 있다. 

블라인드에서 이를 본 직장인들의 반응은 "황당하다"는 입장이 대다수다. 

"지금이 미니스커트 길이 재면서 단속하던 시절도 아니고 2022년이다. 용모 단정도 정도가 있고, 승무원은 안전을 책임지는 직군인데 이정도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나?", "앞머리가 눈썹 넘어간다고 비위생적인 것 아니고 승무원의 역할을 못하는 것도 아닌데..", "3cm, 1mm... 숫자에서 질려버린다. 뭔데 저렇게 세세하게 정하는 걸까", "웬 꼰대가 왔길래 저런 규정을 올리나", "경영진도 두발규정 만듭시다", "제주항공이 원하는 건 살아있는 바비인형인가 보다" 등 다양한 업체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의 댓글이 다수 달렸다. 

이와관련 제주항공 관계자는 "제주항공은 2018년 5월 두발자율화를 진행했으며 두발자율화를 진행할 당시 단정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있었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정돈되지 않은 형태의 근무자들이 다수 발생해 기존과 동일하게 자유성은 유지하되 위생과 청결을 기반으로한 기준을 제시하고자 2022년 1월부로 용모복장 규정을 일부 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주관적 판단이 가능한 모호한 기준을 명확한 기준으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또 "현재 제주항공의 규정에는 남, 녀로 구분되어 있던 것들을 없애고 주관적일 수 있는 일부 규정을 수정했고, 현재는 과거처럼 묶은머리나 단발만 가능한것이 아니며, 규정범위 내에서 염색, 묶지 않은 긴머리나 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주항공은 제주특별자치도와 애경그룹의 합작으로 지난 2005년 설립된 대한민국의 중형급 저비용 항공사다. 저비용항공사 중 코스피 상장사이자 국 저비용 항공사 중 최대인 39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LCC의 선두주자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된 가운데 LCC가 일제히 국내선 공급을 늘리면서 ‘출혈경쟁’이 심화한 게 원인으로 꼽힌다. 제주항공은 4분기 약 700억원의 영업적자로 연간 영업손실이 3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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