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다니는 코로나 백신 미접종 직장인들이 백신패스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회사에서의 눈치와 압박을 받고 있던 차에 백신패스가 강화되며 '혼밥'만 가능해지자 "도저히 못버티겠다"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반면 끝까지 맞지 않겠다는 직장인들도 다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8일부터 사적 모임 최대 인원을 4명으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간 백신 접종 이력과 관계없이 수도권은 6명, 비수도권은 8명까지 모일 수 있었으나 이날부터 내년 1월 2일까지는 전국에서 동일하게 최대 4명까지만 사적 모임이 허용된다. 연말·연시를 앞두고 모임과 이동량이 늘거나 실내 활동이 많아지는 점 등을 고려해,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으로 완화됐던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백신 미접종자는 향후 2주간 식당과 카페 등의 다중이용시설에서 사적 모임을 할 수 없어져 사실상 '혼밥'만 가능해졌다. 직장인들 역시 동료들과 사내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가도 혼밥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블라인드에 백신 관련 의견들 '갑론을박'...미접종자들 백신패스 불편함 언제까지 버틸까 이슈
상황이 이렇자 직장인 익명게시판(블라인드)에는 백신과 관련 여러 의견들이 오가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미접종자 직장인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이냐는 주제다.
기저질환을 갖고 있거나 백신을 맞고 난 뒤 다양하게 발생하는 주변 부작용 사례를 보면서 백신 맞기를 꺼려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또 지금부터 백신을 맞더라도 3차까지 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미 늦었다는 입장도 있다.
미접종자들이 가장 불편한 점은 회사에서의 압박과 백신패스로 인한 생활의 불편함이다. 이들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기 위한 백신 접종이 아니라 회사 눈치에서 벗어나고 백신패스를 위한 접종으로 변질됐다고 하소연한다.
네이버에 다니는 한 직장인은 "부작용이 무서워서 안맞는데 직장상사가 자꾸 맞으라고 압박을 한다"며 "주사 맞는 것은 개인의 자유 아닌가?"라고 썼다.
한화투자증권 한 직원은 "나는 미접종이라 점약도 취소하고 구내식당을 가는데 다른팀 어떤 분이 내가 미접종자임을 알고는 위험인물이다 가까이 오지마 이러더라"라고 했다.
우리은행 직원은 "백신 미접종자인데 윗분이 자기가 내가 미접종자인지 오늘 알았다며 누구 옆에 가지 말라하고, 어디어디 구역은 가지말라 팀장 통해 전했다. 병균 취급을 한다"고 썼다.
딜로이트 안진 직원은 "지금도 외근이 많아 자발적으로PCR 1주일에 한번 하는 것로 버텨왔는데 이젠 PCR을 일주일에 2번 하면서 버텨야 할 것 같다"며 "가족력 때문에 불안해서 백신 안맞고 있는데 식당도 백신패스 대상에 들어가니 압박이 너무 심하다"고 했다.
한 현대제철 직원은 "처음엔 사람들이 백신 맞는 이유가 코로나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였는데 지금은 식당, 카페 출입 및 사회생활을 위해서로 바뀌었다"며 "백신 맞는 이유가 백신패스 때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게 사회생활 하고 싶으면 ID카드 발급하라는 말과 똑같아지고 있다"고 일침했다.
"백신 이제라도 맞아야 할까" VS "정부 못믿고 부작용 걱정돼 안맞겠다" 의견도
백신을 이제라도 맞아야 할까라는 고민에 빠진 직장인들의 글도 눈에 띈다.
DB손해보험 직원은 "백신을 안맞았는데 너무 제약이 심하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맞아야 할까"라고 썼다.
현대차 직원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분위기상 맞아야 할 것 같고 회사에서도 앞으로 회식이나 등등 맞기 싫어도 맞아야 할 것 같은데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 이걸로 퇴사한다고 하면 미친놈 취급하려나"라고 했다.
한국전력공사 직원은 "이제 백신 안맞으면 완전히 사람이 바보되네. 그냥 마지막까지 버티다가 백신 개량 다 끝나면 맞고 싶다"고 썼다.
백신 부작용과 기저질환 사망에 보상계획이 전혀 없는 정부를 믿지 못하고, 부작용이 걱정돼 맞지 않겠다는 글들도 많다.
한 스타트업 회사 직원은 "백신을 맞지않기로 한 것이 올해 한 결정 중 최고의 결정이었다"라며 "편한 점은 있지만 맞았을때 부작용이 나에게 당첨될 듯한 쎄한 예감에 포기했다"고 썼다.
LG이노텍 직원은 "기저질환 사망 보상도 안해주는데 맞아야 하는가? 무책임한 정부를 보고도 맞아야 하는가? 다음엔 또 어떤 자유를 반납해야 하나?"라고 했다.
LG전자 직원은 "뚜렷한 병명진단은 없지만 준 기저질환자라서 안맞고 있다. 맞고 죽어도 끝이 아니다. 정부는 백신부작용을 거의 인정안해서 내가족들이 백신탓이라고 증명하려고 개고생해야 한다"고 했다.
넥슨 직원은 "코로나 걸려서 중증 발생하면 백신 맞을껄 이라는 후회는 하루도 안할 것 같은데 백신맞고 중증 발생하면 그 순간부터 이세상 하직하기 1초전까지 백신 맞고 이렇게된거 억울하고 분해서 인생 매순간순간이 악에 받칠 것 같아서 백신은 안맞는다"라고 썼다.
현대E&T 직원은 "약물 알러지가 많아서 백신 안맞고 있었는데 점점 회사, 사회에서 압박이 들어와 최근에 1차를 맞았다"며 "맞자마자 어지럽더니 몸에 힘이 빠지고 기관지가 붓는 느낌이 났고, 그대로 대기실 의자에 뻗었다. 2차는 절대 안맞을 생각"이라고 했다.
백신 미접종 직장인들이 버티기 힘든 구조로 가는 중...2일 이후 정부 방역정책 '주목'
현재 백신 미접종 직장인들이 버티기 힘든 구조로 가고 있다. 한국의 백신접종률은 1차 접종이 84.7%, 완전 접종이 81.9%다. 성인 접종자는 92%가 넘어간다. 이 때문에 더욱 미접종자 소수의 의견은 묵살되고 있다.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해고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지금도 일부 중소기업에서 백신 미접종자라는 이유로 해고를 종용받았다는 제보가 속속 나온다. 글로벌 IT 기업 구글이 백신을 맞지 않은 직원의 월급을 줄이고, 계속 접종을 거부하는 경우엔 해고하기로 최근 결정하자 미접종 직장인들의 두려움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백신패스가 국민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의견과 응당 맞아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는 가운데 미접종 직장인들의 시선은 1월 2일 이후 정부의 방역정책에 쏠리고 있다. 2일 이후 백신패스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반대로 더욱 강화될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달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 다시 한번 결사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은 20일 기준 37만5761의 동의를 얻었다. 최근 정은경 질병청장이 이 국민청원에 답변했지만 추가접종을 강조하는 모습에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또 지난 10일 학생학부모인권보호연대는 "소년을 상대로 한 방역패스 도입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법원에 행정소송을 내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