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분사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빅3 업체 중 하나인 삼성SDI도 분사를 검토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7월 1일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Story Day)'를 열고 배터리 사업부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김준 총괄 사장은 "포트폴리오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으로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분사 시점을 검토하려면 (분사한 이후에) IPO를 언제 할 것인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며 "IPO는 (배터리 사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부 분할은 재원 확보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조치로 예상됐었다. SK이노베이션은 향후 5년간 배터리 사업에 18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사업부 분할 및 상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기업공개(IPO)를 하고, 회사를 주식 시장에 상장 시켜 외부 자금을 투자받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올 하반기부터 배터리 분사를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분사 시점은 2022년 경이 될 것이란 예측이 많다. 

김준 총괄 대표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올해 에비따(EBITDA)가 플러스 되고, 내년(2022년)에 영업이익이 플러스 되고, 그 다음 곧 1조원 영업이익을 낸다고 본다"고 밝힌 만큼 시장에 충분한 성과를 입증한 뒤 2022년 경 분사와 기업공개 및 상장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SK이노베이션의 행보는 LG화학을 닮아있다. LG화학은 작년 9월 중순 배터리 부문 물적분할을 발표했고, 지난해 하반기 LG에너지솔루션을 분사시켰다. 연내 기업공개 및 상장을 추진 중이다. 


시장의 관심은 삼성SDI에게로...자금 확보 위해 분사 가능성 제기


전기차 배터리 업체 빅3 중 두 곳이 분사, 기업공개,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시장의 관심은 삼성SDI에 쏠리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1970년 진공관과 브라운관으로 시작해 액정표시장치(LCD)와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까지 세계적인 종합 디스플레이 기업으로 위상을 떨쳤다. 1990년대 후반부터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준비했다. 

자료 출처: SNE리서치
자료 출처: SNE리서치

SNE리서치에 따르면 삼성SDI는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지난해 5.8%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5위권에 올라있는 업체다. SK이노베이션(6위)보다도 순위가 높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로 각형과 원형을 주력으로 생산하는데, 최근에는 원형전지 생산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SDI는 미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미국 1위), SK이노베이션과 포드(2위)가 손잡은 데 이어 미국 3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미국 내 합작사 설립을 위해 양자 협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아직 확정된 것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생산능력을 키우기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고, 최후의 선택은 분사->기업공개->상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SDI 역시 자금확보를 위해 분사를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진출을 검토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고민 중인 삼성SDI가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분사를 고민할 것이란 얘기다. 유상증자 방식으로는 자금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시각이다. 


삼성SDI가 "분사는 검토조차 하고 있지 않다" 밝히는 이유


하지만 결론적으로 삼성SDI 관계자는 "분사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우선 투자금의 경우 삼성SDI는 자금 확보도 굳이 따로 상장하지 않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탄탄한 재무구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기준 삼성SDI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60.6%, 유동비율은 115.7%이다. 1분기 현금성 자산은 1조5513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차입금은 3조9070억원으로 단기차입금은 2조4322억원(비중 62.2%)이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중기적으로 제고된 영업활동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투자 부담의 상당 부분을 충당하면서 우수한 재무안전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출의 대부분이 이미 배터리에서 창출하고 있는 상황도 분사 필요성을 없애고 있다.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을 빼더라도 석유화학, 첨단소재, 생명과학 등의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업체로 유명하며 현재도 확발히 석유, 화학, 윤활유 사업 등을 지속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배터리 부문이 분사하더라도 다른 사업을 운용하며 독자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삼성SDI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평광필름 등 전자재료 사업부문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사업군이 없다. 지난해 기준 전기차 배터리가 포함돼 있는 에너지솔루션 부문의 매출비중이 77%에 이른다. 

삼성SDI는 삼성디스플레이에 아몰레드(AMOLED) 사업을 넘겼고, 2014년에는 PDP 사업도 정리하면서 디스플레이 기업에서 배터리 기업으로 사실상 체질개선을 완료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지금 전체 매출의 약 80%가 배터리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굳이 분사할 필요가 없으며 검토조차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저널리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