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를 두고 정치권 간섭이 또 시작됐다.
1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1회로 제한하고 임원 겸직을 금지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금융지주 회장의 제왕적 권력에 대한 반감에서 시작됐다. 이사회를 장악해 10년 장기 집권을 하는 일부 금융회사를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금융회사마다 이사의 임기로 3년 이상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주총회에서 결정하지만, 연임 횟수는 제한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은 4연임,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은 3연임에 성공 9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개정안은 연임만 허용토록 해 사실상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게 목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치권의 과도한 경영 개입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 금융지주 회장의 평균 임기는 5년 7개월로 6년 이하다. KB, 신한, 하나, 우리, 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 회장의 평균 임기도 6년 2개월로 큰 차이가 없다.
사실상 9년 이상 임기를 가진 CEO는 2명뿐인데 모든 금융지주 회장이 장기 집권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금융지주의 자정 노력도 있다. KB금융은 2015년 사외이사 주주 추천제도를 도입해 대표이사의 힘을 빼놨다.
BNK금융은 회장의 연임 횟수를 한 차례로 제한했다. 하나금융의 경우 2011년 회장의 최고 연령을 70세로 제한해 김정태 회장은 사실상 올해가 임기 마지막이다.
사외이사들도 거수기에 탈피해 관제탑 역할을 충실히 수행 중이다. KB금융 차기 회장 후보군 중 외부인사를 포함한 것도 임추위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불과 3년 전엔 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너무 짧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는 정권에 따라 CEO가 바뀌는 현상 때문에 나온 말이다.
이는 정권 교체에 따라 외부 입김에 더해져 단명하는 CEO도 많았던 탓이다.
반면 해외의 경우 장수 CEO가 많은 편이다. 장기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CEO에게 신뢰하는 분위기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8년 동안 미국 5대 투자은행 최고경영자의 평균 재임 기간은 5.8년으로 파악됐다.
장수 CEO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금융회사의 장기비전을 제시하고 실행할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