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케이뱅크 제공
사진=케이뱅크 제공

케이뱅크가 은행연합회의 입출금 한도 조건 지침을 어기면서 비트코인 투자자 끌어모으기에 나섰다.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에 다시 주력하는 과정에서 정작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지배구조 개선은 뒤로 하고 눈앞의 실적 챙기기에 바쁘다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5일부터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실명계좌를 개설하고 최초 입금일부터 3일 경과, 가상자산 매수 금액 300만원 이상의 조건을 충족하면 한도계좌를 정상계좌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연합회가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가상자산 실명계정 운영지침'에 따르면 입출금 한도계좌 해제 조건은 최초 원화 입금일로부터 30일 경과, 가상자산 매수 금액 합계 500만원 이상이다.

한도계좌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하루 한 번에 500만원까지만 입금할 수 있다. 정상계좌는 한 번에 1억원, 하루 최대 5억원까지 입금이 가능하다. 출금도 한도계좌는 한 번에 5000만원과 하루 최대 2억원으로 제한돼 있다. 정상계좌로 전환되면 한 번에 1억원, 하루 최대 5억원으로 늘어난다.

은행연합회의 이런 운영지침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자금세탁 방지 강화가 목적이다.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특성을 고려해 투자자들의 신중한 투자 판단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케이뱅크(업비트), NH농협은행(빗썸), 신한은행(코빗), 카카오뱅크(코인원), 전북은행(고팍스) 등은 동일한 기준의 입출금 한도 지침을 합의했다.

그러나 케이뱅크가 단독으로 정상계좌 전환에 필요한 기간과 금액 조건을 대폭 완화한 셈이다. 다른 4개 은행은 입출금 한도 해제 조건 완화 계획이 없다.

케이뱅크의 조건 완화 배경으로는 비트코인 가격 급등이 꼽힌다. 케이뱅크가 실명계좌를 제공하는 업비트는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다. 비트코인 투자심리가 좋아질수록 업비트 점유율이 늘어나고 결국 케이뱅크가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다. 

공교롭게도 케이뱅크의 입출금 한도 제한 완화 이후 비트코인 변동성은 확대되는 모습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3일 1억412만원까지 껑충 뛰었다. 이후 조정장이 찾아오면서 전날 기준 9257만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케이뱅크의 IPO 부담이 꼽힌다. 케이뱅크는 최대주주 비씨카드를 비롯한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프리IPO 형태로 투자를 받아 늦어도 2026년 7월 전에는 상장에 성공해야 한다.

케이뱅크 입장에선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데 지난해 1~3분기 당기순익은 38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6.4% 줄어 이익개선을 요구받고 있다. 결국 이번 케이뱅크의 행보는 은행연합회 지침까지 어기면서 무리하게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 연결된다.

이와 관련 한 은행권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은행권에서 은행연합회를 통해 합의한 내용을 케이뱅크가 독자적으로 깬 것"이라며 "그들만의 사정 때문에 합의를 저버리는 행동이 좋게 보이지 않는 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케이뱅크의 합의 이탈을 두고 실적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정작 금융당국에서 요구하는 지배구조 개선 과제는 뒷전이라는 뒷말까지 나오고 있다.

케이뱅크는 올해 초 최우형 신임 대표를 이사회 의장에 선임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금감원으로부터 이사회와 산하 위원회 운영 미흡 등을 이유로 '경영유의'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이를 언제 개선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사회는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에 관해 심의·의결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다. 특히 대주주와 임원 등 경영진의 이해상충행위에 관한 견제와 감독 기능을 핵심으로 한다. 반대로 케이뱅크는 이사회 의장을 견제·감독 대상인 최우형 대표이사가 겸직하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사회 견제 기능이 없으면 특정 주주가 이익을 우선시하는 등 불합리한 경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케이뱅크 지배구조는 IPO 측면에서도 이득 될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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