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H농협금융지주가 기후금융을 위해 계열사들과 단단히 손을 맞잡았다. 증권사 계좌를 통한 탄소배출권 거래가 허용되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금융의 새로운 판을 열 전망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전날부터 탄소배출권 위탁매매를 본격 개시했다. 이제 탄소배출권도 증권사 거래 시스템에서 거래할 수 있게 됐다.
거래소 방침에 따라 NH투자증권은 같은 날 즉시 탄소배출권 위탁 매매 서비스를 출시했다. NH투자증권은 업계 최초로 배출권거래중개업 라이선스를 취득해 시장에 나선다.
기존에는 배출권을 보유한 기업이 거래소 회원으로 직접 가입해야만 거래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NH투자증권 계좌를 개설해 일반 증권 매매처럼 위탁 거래가 가능해졌다. NH투자증권은 배출권 위탁매매를 위한 전용 HTS 'NHIS K-ETS'로 시장 안정성과 접근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 플랫폼은 최대 100만명 동시 접속을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다. 증권사에서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배출권 시장의 유동성 확보와 참여 기반 확대도 기대된다.
지주 차원의 공동 전략도 가시화됐다. 농협금융지주는 NH투자증권과 농협은행을 동원해 배출권 거래와 전환금융, 금리우대를 연계한 '기후 패키지 금융'을 시작하면서 민간 중심의 기후대응 자금 조달에 물꼬를 텄다. 탄소배출권 거래와 대출, 금리우대를 연계한 구조로 금융권에서 처음 시도되는 융합형 ESG 모델이다. 기후금융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ESG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패키지는 NH투자증권의 IMA 인가 추진에 이어 NH금융이 향후 5년간 108조원 규모로 진행하는 'NH 상생성장 프로젝트'의 두 번째 전략 사업이다.
기후 패키지 금융은 NH투자증권과 위탁매매 계약을 체결한 기업이 농협은행에서 시설자금 대출을 받을 경우 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기업이 보유한 탄소배출권을 양도 담보로 활용하면 운전자금 대출로 전환도 가능하다. 업계는 농협금융이 탄소배출권을 유동성 자산으로 전환하는 구조를 제도권 금융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을 유의미한 행보로 평가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필요 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추진해 제도화까지 나설 계획이다.
배출권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탄소배출권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현재 배출권 가격은 1만원 초반대에 머물고 있지만 정부는 4차 계획기간(2026~2030년) 배출허용총량을 3기에 비해 약 17% 줄이고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도 단계적으로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공급이 제한되는 구조인 만큼 중장기적인 가격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여기에 최근 배출권 시장에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본격화되면서 수요 측면에서도 확장 가능성이 생겼다. 증권사와 연기금 등이 위탁매매로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게 되면서 배출권 시장을 '전문 투자 자산'으로 재평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민간 주도의 기후금융 모델이 제도권 안에서 실효성을 증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탄소배출권 거래를 중심으로 한 이번 금융 모델은 산업계의 전환금융 부담을 줄이고, 지속가능성 중심의 금융 패러다임을 앞당기는 선도적 시도"라고 말했다.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는 "탄소배출권을 전략적 자산군으로 확장하고 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ESG 생태계를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시장 확대 기대감은 뚜렷하다"며 "배출권을 가진 기업들과 거래도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