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삼양식품이 '오너 3세' 전병우 상무를 전무로 올리면서 업계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입사 6년 만의 '초고속 승진'이라는 평가와 함께 해외 사업에서 쌓아온 실적이 승진 배경이라는 분석이 동시에 제기된다. 유통업계에서는 전 전무가 그간 제시한 글로벌 사업 방향성과 실제 성과가 어느 정도 부합했는지 주목하고 있다.

전 전무는 1994년생으로 전인장 회장과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이자 창업주 고 전중윤 명예회장의 장손이다. 지난 2019년 만 25세에 삼양식품 해외사업본부 부장으로 입사해 1년 만에 이사로 오르며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이후 2023년 상무로 승진했고 올해 전무로 발탁되면서 약 6년간 이사, 상무, 전무로 승진 단계를 밟았다. 이사에서 상무까지는 3년가량, 상무에서 전무까지는 2년여가 걸렸다. 핵심 보직을 중심으로 빠르게 승진했다.

일각에선 "승계 구도에 비해 발표 시점은 늦었지만 승진 속도만 보면 이례적"이라며 "오너 일가라는 배경이 작용했을 수밖에 없다"고 봤다. 반면 "성과를 기반으로 한 자연스러운 인사"라는 반론도 나왔다.

전 전무의 역할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은 삼양식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불닭' 브랜드를 전략적 성장축으로 삼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불닭볶음면은 이미 세계적 브랜드로 자리 잡았지만 전 전무가 해외사업을 총괄한 이후 글로벌 확장 속도는 한층 빨라졌다. 미국·유럽·동남아에서 불닭 시리즈 판매가 확대됐고 삼양식품 해외 매출은 매년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실제 해외 사업은 지난해 상반기 두 자릿수 고성장을 기록하며 삼양식품 글로벌 확장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불닭 IP를 활용한 소스·스낵·컵누들 등 라인업 확대가 해외 시장에서 빠르게 안착한 가운데 올해 2분기 해외 매출은 4402억원으로 전년 대비 32.5% 증가했고 상반기 누적 매출은 1조821억원으로 33.6% 성장했다. 불닭볶음면을 중심으로 한 핵심 제품군의 판매 확대가 수치로 입증된 셈이다.

해외 법인과 생산기지 확충도 속도를 냈다. 중국 자싱공장은 수요 급증에 대응하는 핵심 생산기지로 자리 잡았고 글로벌 유통망 확장 전략과 연계해 현지화·물류 효율화가 동시에 가속화됐다.

이 과정에서 전 전무는 해외 영업·마케팅 조직을 재정비하며 불닭 브랜드를 단순 제품이 아닌 'K-스파이시' 문화 콘텐츠로 확장하는 데 공을 들였다. 실제로 미국 음악 페스티벌과 연계한 브랜드 노출과 소셜 미디어 기반 챌린지 마케팅 등이 이어지며 브랜드 파워는 더욱 강화됐다.


글로벌 불닭 신화 견인…해외 매출 성장 중심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인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운영본부장(CSO)이 공식 석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보이며 사업 방향성 설명 및 탄소 저감에 대해 발표했다.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인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운영본부장(CSO)이 공식 석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보이며 사업 방향성 설명 및 탄소 저감에 대해 발표했다.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전 전무의 존재감은 지난 2023년 9월 열린 '삼양라운드스퀘어' 비전 선포식에서 확실히 부각됐다. 그룹 공식 명칭 변경과 중장기 전략을 공개한 이 자리에서 그는 전략기획본부장(CSO) 자격으로 무대에 올라 식물성 단백질과 탄소 저감 등 미래 사업의 핵심 분야를 직접 발표했다.

당시 전 전무는 "식물성 단백질이 기후 변화와 건강 문제 해결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며 "60년 전 존재하지 않았던 라면처럼 새로운 식문화를 만들겠다"고 내걸었다. 응용 제품 연구와 소비자 수용성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향후 사업 방향을 직접 제시했다.

그룹의 중장기 비전은 이날 통합적으로 공개됐다. 삼양스퀘어랩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맞춤형 식품 등 '푸드케어(Food Care)' 전략을, 삼양애니는 K-스파이시와 불닭 IP를 활용한 콘텐츠·커머스 플랫폼 구축 등 '이터테인먼트(EATertainment)' 전략을 각각 발표했다.

앞서 전 전무는 삼양애니 대표를 겸직하며 콘텐츠·커머스 사업의 실행 축을 담당하고 그룹의 미래 사업 구도에서 중심 축으로 잡았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행보가 이번 승진의 근거가 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삼양식품 역시 승진 발표에서 "그간의 글로벌 전략성과와 중장기 방향성 기여를 종합적으로 반영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매출 확대, 브랜드 가치 제고, 미래 사업 기반 마련 등 핵심 전략 과제가 일정 부분 실적으로 이어진 가운데 경영 능력을 검증받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뜻이다.

향후 과제는 분명하다. 해외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고 글로벌 원자재 가격 변동과 물류·환율 등 공급망 리스크도 상존한다. 식물성 단백질·마이크로바이옴 등 신사업은 장기 투자가 필요한 분야로 단기간 내 성과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전 전무가 제시한 미래 전략이 실제 수익 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업 실행 체계 정비, 조직 운영 능력, 글로벌 시장 대응력 등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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