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Whi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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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가 얼굴인식 결제를 차세대 결제 수단으로 시장에 안착시키고 있다. 압도적인 속도와 선제적인 보안 전략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결제 지형을 바꾸는 모양새다. 

토스보다 1년 8개월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페이는 신중한 접근을 유지하면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토스의 얼굴인식 기반 결제 서비스 '페이스페이'의 누적 가입자 수는 1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3월 편의점 업계와 서울 일부 매장에서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후 약 8개월, 9월 초 정식 출시 이후 두 달 반 만에 이룬 성과다. 정식 출시 시점 가입자 수가 약 40만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후 73일 동안 하루 평균 8200명 이상이 새로 가입했다. 약 10.5초마다 1명이 새로 가입한 셈이다.

토스의 성과는 단순 가입자 수에 그치지 않는다. 이달 기준 전국 페이스페이 사용 가능 가맹점 중 절반 가까이에서 실제로 한 번 이상 결제가 발생했다. 서울 지역에선 전체 가맹점 중 약 79%에서 결제가 이뤄졌다. 특히 카페 업종에서는 약 95%의 높은 사용률을 기록했다.

토스가 공격적으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신뢰'를 앞세운 전략이 있다. 페이스페이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사전적정성 검토'를 받은 국내 유일의 얼굴 결제 서비스다. 토스는 위변조 탐지 기술,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등을 통해 보안 리스크를 관리하며 생체 정보 활용에 대한 사용자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

기술을 넘어선 감성적 접근도 주효했다. 토스가 제작한 오리지널 필름 '더 파워 오브 페이스'는 공개 한 달 만에 유튜브 조회수 300만 회를 돌파했다. 얼굴을 '나를 증명하는 존재의 언어'로 해석해 대중의 공감을 얻었다. 토스 관계자는 "편의성과 신속성뿐 아니라, 토스가 그동안 보안에 집중해온 부분에 대한 신뢰가 페이스페이 확산의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토스는 속도·신뢰 강조…네이버는 '생태계 연동'


얼굴결제 시장의 라이벌로 떠오르고 있는 네이버페이는 다른 전략이 눈길을 끈다. 네이버페이는 페이스사인 자체보다는 '네이버 생태계와의 연동'을 가맹점 확보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오프라인 통합 단말기 '엔페이 커넥트'를 정식 출시하고 전국 오프라인 매장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확대를 시작했다.

네이버페이는 가맹점이 기존 포스(POS)기를 교체할 필요 없이 '커넥트' 단말기만 설치하면 네이버 생태계와 연동된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네이버페이 관계자는 "커넥트 단말기 사용 후 간편하게 영수증 없이도 리뷰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이 메리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연말까지 커넥트를 통해 리뷰를 남기면 건당 100포인트를 지급하는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네이버페이는 지난 주말부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구체적인 목표치나 현황 공개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네이버페이는 "베타 기간 동안 사전 신청한 약 2200여개 매장에 커넥트를 순차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토스의 규모와 비교하면 여전히 시작 단계다. 네이버페이 관계자는 "엔페이 커넥트는 정식 보급이라기보단 필드 테스트 개념으로 몇몇 수도권이나 서울에 보급한 상태였다"며 "이제 신청을 받고 점차적으로 지급과 설치가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토스와 네이버페이는 올해 상반기 얼굴인식 결제 전용 단말기 제조업체인 에스씨에스프로(SCSpro)를 놓고 물밑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토스는 지난 4월 SCSPro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단말기 공급망 선점에 나섰지만 SCSPro가 돌연 계약을 해지하자 곧바로 계약 체결 및 이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결국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8월 토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이 "토스와 계약 해지 직후 네이버와 재논의를 진행했다"고 SCSPro가 진술한 내용을 결정문에 명시하면서 '네이버 개입설'에도 무게가 실렸다. 네이버페이는 "토스보다 먼저 협업을 논의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적 효력이 있는 계약을 먼저 체결한 것은 토스였다. 핵심 부품인 단말기 확보 경쟁에서도 네이버페이가 토스에 밀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선점 효과 굳힌 토스...추격 나선 네이버 과제는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토스의 '선점 효과'를 네이버페이가 어떻게 돌파할지에 달려있다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핀테크·간편결제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전략이 어떤 차이를 만들지 지켜보는 모양새다. 토스가 속도전에서 앞서고는 있지만 네이버페이가 이용자 수와 인프라를 활용하면 아예 승산이 없는 대결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네이버페이는 iM뱅크, 제주은행 등 지방 은행 및 주요 밴(VAN)사와 협력해 전국 단위 확대를 꾀하고 있다.

다만 얼굴인식 결제 편의성이 보편화된다면 선점 효과에 따라 오프라인 결제를 토스에 그대로 내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경쟁에서 선점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면서 "네이버페이의 신중한 전략이 결국 토스의 시장 강화라는 기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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