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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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설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올해 환경노동위원회 정기 국정감사에서는 근로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작업중지권'의 실효성 확보가 주요 쟁점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지난 11일 국회입법조사처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5 국정감사 이슈 분석: 정부가 답해야 할 국민의 질문'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환경노동부 국감에서는 '작업중지권'의 실효성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는 근로자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급박한 위험의 정의가 불명확해 현장에서는 작업중지권 행사가 쉽지 않고, 법원에서도 판례가 엇갈리며 혼선을 빚어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가이드북은 추락위험·붕괴위험·화재위험 등 일부 예시를 제시하고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데다 주관적 판단 여지가 커 현장 혼선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법령상 구체적 요건은 하위법령에 위임돼 있지 않고 '근로자가 믿을 만한 합리적 이유'라는 추상적 문구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작업중지권 행사 근로자에게 해고·징계 등 불이익 처우를 금지하고 있으나 이를 위반했을 때의 처벌 규정 부재를 지적하며 "하청·특수고용직 등은 작업중지 기간 중 임금 손실 보전 장치가 없어 현장에서는 여전히 '권리보다 눈치'가 앞선다"고 꼬집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러한 지적과 함께 노동계가 2019년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 당시 정부가 임금 보전·불이익 처벌 규정 마련을 검토하지 않은 점을 비판하며 "법이 있어도 쓰지 못하는 권리"라고 지적해 왔다고 덧붙였다.

노동계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조금만 작업을 멈춰도 공정 지연이라는 낙인이 찍히기 때문에 아무리 위험해도 스스로 작업을 중단하는 근로자는 거의 없다"며 "작업중지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려면 불이익 처우 금지 규정을 형사처벌 조항으로 강화하고, 작업중지 기간 중 임금 보전도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DL건설·대우건설·현대건설 등 주요 건설사 현장에서 잇따라 발생한 중대재해 사고들에 대해, 당시 현장에 위험 징후가 있었던 만큼 작업중지권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다면 참사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현대건설 은평 대조1구역 현장에서는 상부 작업 중 떨어진 자재에 맞아 고령 근로자가 사망했다. 상부에서 작업이 진행 중이던 상황에서 낙하물 위험을 인지했다면 하부 작업을 중지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되지 않았다.

DL건설의 경우 지난달 의정부 아파트 현장에서 추락방지망을 해체하던 하청근로자가 6층에 걸린 지지대 붕괴로 추락해 사망했다. 작업 중 방지망이 걸려 있던 상태 자체가 추락 위험 신호였지만 해당 현장에서는 작업이 중단되지 않았다.

지난 9일에는 대우건설 시흥 거북섬 현장에서 최고층(26층)에서 철제 계단을 옮기던 크레인에 맞아 근로자가 사망했다. 고소작업 중 중량물 운반이라는 전형적 고위험 작업에도 안전조치 점검이나 일시 중지가 이뤄지지 않았다. 노동계는 이들 사례가 작업중지권이 제도상 보장돼 있음에도 현장에서는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DL건설·대우건설·현대건설 대표들이 증인으로 소환 요구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반대로 현장 근로자에게 작업중지권을 부여해 성공적 정착 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경우 '우수사례'로 참고인 출석시켜 제도 확산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근로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작업중지권의 실효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며 "국감을 통해 실질적 보장과 사용 활성화 방안 등 제도 개선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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