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이 최근 공개한 스마트폰 '픽셀 10' 시리즈부터 삼성전자가 아닌 TSMC와 손잡고 본격적인 모바일 칩 협력에 나섰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과제도 한층 무거워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달 말 '픽셀 10', '픽셀 10 프로', '픽셀 10 프로 폴드' 등 신형 스마트폰을 선보이며, 자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텐서 G5'를 탑재했다. 이 칩은 TSMC의 최신 3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제작돼 전작 대비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이 평균 34% 향상됐다.
텐서 G5는 구글이 삼성전자를 대신해 TSMC를 파운드리 파트너로 선택하면서 처음 생산된 모바일 칩이다. 구글은 2021년부터 픽셀 시리즈에 들어가는 모바일 AP 생산을 삼성전자와 협력해 지난해 '픽셀 9'까지도 관계가 이어졌다.
특히 당시 삼성전자는 구글의 수주를 통해 TSMC와의 격차를 좁힐 계기로 기대받기도 했다. 파운드리 1위 TSMC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형 고객이 적은 상황에서 구글은 중요한 고객사였다. 그러나 첨단 공정으로 갈수록 구글이 TSMC 쪽으로 이동한 것은 단순한 거래 종료 이상의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4~5나노 공정에서는 구글과 협력했지만, 3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서는 신뢰성과 수율 문제 등으로 인해 TSMC에 밀리고 있다고 바라봤다. 실제로 현재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 수율은 30~40% 수준인 반면 TSMC는 60%를 넘어섰다.
반도체 설계자산(IP) 보유량에서도 격차가 크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IP 포트폴리오는 약 4500건인 반면 TSMC는 5만5000건에 달해 12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구글이 폴더블폰 등 하드웨어 사업을 확대할 방침인 가운데, 장기적 관점에서 파운드리 파트너의 기술력과 안정성은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의 협력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지난 6월 글로벌전략회의에서 구글과의 협력 중단 원인을 집중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최근 테슬라 등 빅테크 수주를 이어가고 있지만, 구글과의 결별 배경을 면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며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향후 빅테크들과의 협력을 장기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