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온산 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 온산 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은 약 1400억원을 투자해 온산제련소 내에 게르마늄 생산공장 신설을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2026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7년 하반기 중 시운전을 거쳐 2028년 상반기 상업 가동을 시작, 이를 통해 연간 고순도 이산화게르마늄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다.

게르마늄은 방산·우주·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 핵심 소재로 전 세계적인 수출규제 논란의 중심이다. 중국 정부는 2023년 8월 게르마늄과 갈륨에 대한 수출허가제를 시행했고 2024년 12월부터는 게르마늄·갈륨·안티모니·흑연 등의 대미 수출을 전면 금지한 바 있다. 2021년 기준 정제 게르마늄 생산량 140톤의 68%가 중국산으로 집계됐다.

각국의 자원 무기화 추세가 심화돼 수급 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 고려아연의 게르마늄 공장 신설 계획은 국내 유일 '전략 광물 생산 첨병'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한미 양국의 경제 안보 협력을 굳건히 다지고 공급망 안정화 선도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게르마늄 생산을 추진한 배경은 중국의 핵심 광물 수출통제 장기화에 따른 국내외 공급망 불안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는 인식에서 비롯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은 글로벌 게르마늄 시장에서 세계 최대의 생산국 지위를 유지해 왔다. 미국 지질조사국 또한 게르마늄을 상업 생산하는 국가 중 중국을 선도국으로 지칭한 바 있다. USGS 2025 보고서에는 중국을 2020~2023년 게르마늄 메탈 대미 수출국 1위로, 같은 기간 미국 수입량의 51%를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가 시행되면서 게르마늄 시장가격은 급등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5N급 게르마늄 1kg당 시장가격은 올 8월 평균 185만원이다. 2020년 8월 96만원과 비교하면 5년 새 2배 가까이 올랐다. 

핵심 광물이 일부 국가에 과도하게 집중된 현 상황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근 한국무역협회는 '글로벌 전략 광물의 생산 편중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세계 전략 광물 76개 중 30개는 특정 국가에서 50% 이상 생산하고 있다"며 "중국에 생산이 편중된 광물은 22개로 지배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처럼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산업 기반을 약화시키는 구조적 위험 요인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생산 편중도가 높고 국내 생산량이 부족한 광물을 중심으로 비축 확대·재생산 지원·재자원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며 "첨단산업 안보와 직결된 핵심 광물의 대외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급망안정화위원회 회의에서 "공급망 안정은 경제 대혁신을 위한 혈류"라며 "정부는 국가 경제의 생명선인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핵심 품목의 국내 생산·수입 다변화·비축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세계 1위 방산 기업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장기 공급계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 참여를 계기로 의미 있는 협력과 판로를 확보한 점도 큰 성과라는 평가다. 한국산 게르마늄이 새로운 대체 공급원으로 자리매김하면 한미 경제 파트너십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국가기간산업의 핵심축을 담당하는 기업으로서 대한민국 자원 주권을 수호하고 국익 증진에 앞장서겠다"며 "공급망 불안정이 심화되는 글로벌 환경 아래 경제 안보를 지키는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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