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자회사 하만의 하반기 실적을 자신했다. 차량용 전장 기술 수요가 늘고 차 안에서의 사용자 경험이 고도화되면서 하만이 보유한 음향 기술과 브랜드 가치가 더욱 주목받을 것이란 예상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하반기부터 신규 수주 물량 확대의 결과가 매출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만은 JBL, AKG, 하만카돈 등 세계적인 음향 브랜드를 소유한 오디오·전장 브랜드로 1956년 설립됐다. 삼성전자는 2017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주도로 80억달러(약 9조2000억원)를 투자해 하만을 인수했다. 당시 삼성전자의 투입 자금은 국내 기업의 사상 최대 규모 해외 인수로 기록됐다.
그러나 인수 첫해부터 하만의 영업이익은 급감했다. 2016년 하만 영업이익은 약 6800억원이었으나, 2017년에는 574억원으로 줄었다. 이후 2018년 1617억원, 2019년 3223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2020년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555억원까지 다시 감소했다. 2021년부터는 5991억원을 기록하며 반등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2024년에는 1조3076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최근 수년간 축척한 시너지 협업과 신규 수주 확대 효과가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며, 매출 증가와 시장 정유율 확대가 기대된다"라고 전망했다.
이런 실적 기대는 자동차 산업이 전장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최근 자동차 산업의 핵심 화두는 '디지털 콕핏'이다. 디지털 콕핏은 차량 내부 계기판과 디스플레이 등을 통합한 전자 장치로 운전자에게 직관적인 정보 제공과 몰입감 있는 콘텐츠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시대에 접어든 만큼 디지털 콕핏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자동차는 단순 이동 수단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생활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흐름에 따라 차량에서 즐기는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OTT)·AI 스피커·스마트폰 원격제어·고품질 스피커 등 다양한 편의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요소가 됐다.
하만은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성과를 끌어올렸다.
특히 하만의 카 오디오 브랜드들은 제네시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BMW, 벤츠 등 완성차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이런 변화에 발맞춘 기술 설루션을 제공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3%·41% 증가한 7조2494억원·7907억원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하만의 전장·오디오 사업을 핵심 성장축으로 삼아 경쟁력 강화와 성장동력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비주력 사업 정리를 통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21일 삼성전자는 시스템통합(SI)을 담당하는 하만의 DTS사업부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주력 사업이었던 DTS 사업을 매각하고 주력 사업인 전장·오디오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매각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S&P500글로벌은 전 세계 카 오디오 시장의 규모가 지난해 약 12조5000억원에서 2029년 약 13조1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전장 기술과 음향 품질이 결합된 프리미엄 차량용 오디오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하만은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