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서울 마포구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열린 2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기자간담회에 (왼쪽부터) 변재란 이사장, 황혜림 집행위원장, 손시내 프로그래머가 참석해 있다. 사진=양찬혁 기자
지난 29일 서울 마포구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열린 2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기자간담회에 (왼쪽부터) 변재란 이사장, 황혜림 집행위원장, 손시내 프로그래머가 참석해 있다. 사진=양찬혁 기자

2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오는 8월 21일부터 27일까지 메가박스 신촌에서 관객과 만난다. 'F를 상상하다'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올해 영화제는 영화(Film), 축제(Festival), 여성(Female), 연대(Fellowship) 등 여러 의미로 확장할 수 있는 'F'로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 새롭게 상상하는 연대를 모색할 예정이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변재란 이사장, 황혜림 집행위원장, 손시내 프로그래머는 지난 29일 서울 마포구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올해 영화제의 주요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올해 영화제는 총 131개국에서 4129편이 접수돼 지난해를 뛰어넘는 최다 기록을 달성했다. 국제 장편영화 경쟁 부문인 '발견' 출품작 수는 지난해 대비 약 23% 늘었고, 아시아 지역 단편 경쟁은 지난해보다 약 20% 증가했다. 최종 상영작은 38개국 138편이다.

개막작은 필리핀 감독 앙투아네트 하다오네의 '선샤인'이 선정됐다. 이 작품은 지난해 토론토국제영화제를 거쳐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수정곰상을 받았다.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을 앞둔 체조 선수 선샤인이 예기치 못한 사건을 겪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손시내 프로그래머는 "필리핀 여성의 현실은 물론 그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돌파하는 영화적 활력이 담겨 있다"며 "다양한 사람이 붐비는 필리핀의 현실적인 거리와 골목 풍경 등을 영화적으로 어떻게 새롭게 해석했는지를 함께 볼 수 있어 개막적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텐더니스' 스틸컷.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텐더니스' 스틸컷.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올해 특별전은 한국계 캐나다 감독 헬렌 리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특별전 '헬렌 리: 여기와 어딘가 사이'에서는 한국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생활하는 감독의 정체성을 반영한 작품과 여성서사를 탐구한 작품 등 헬렌 리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본다. 데뷔작 '샐리의 애교점'(1990)부터 최근작 '텐더니스'(2024)까지 총 12편을 만날 수 있다.

또 최근 국제 영화계에서 주목받는 인도 여성 감독들의 작품을 모은 '확장된 시선: 인도의 재구성' 특별전도 함께 열린다. 지난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파얄 카파디아 감독의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등 장편영화 7편과 인도국가영화아카데미의 여성 졸업생들의 단편 모음 프로젝트 '우리만의 방: 기억 아카이브' 13편 등이 상영된다.

황혜림 집행위원장은 "헬렌 리 특별전에서는 여성의 몸과 기억, 섹슈얼리티와 젠더, 인종과 문화 간 갈등, 경계에 선 존재가 탐구한 삶 등 어떤 질문들이 담긴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확장된 시선: 인도의 재구성'에서는 최근 2~3년간 인도에서 제작된 역동적인 여성 영화의 현재를 만나는 작품을 소개한다"며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공감과 인도의 또 다른 영화사를 기록한 단편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영화제 경쟁 부문은 △발견 △아시아단편 △아이틴즈로 구성됐다. '발견'은 전 세계 여성감독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영화를 대상으로 한다. 86개국 394편이 출품된 가운데 본선에는 스페인, 칠레, 호주, 일본, 인도, 미국, 리투아니아, 슬로베니아 출신 감독들의 8편이 진출했다.

'아시아단편'은 아시아 여성감독들의 단편영화 경쟁 부문으로, 1회 영화제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섹션이다. 84개국 1754편이 출품됐으며, 20편의 작품이 본선 진출작으로 선정됐다. '아이틴즈'는 국내 10대 여성 창작자들의 단편영화 경쟁 섹션으로 66편의 작품이 출품됐으며, 6편(극영화 5편·다큐멘터리 1편)이 본선에 올랐다.

황 집행위원장은 "지난해보다 출품작이 늘어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많은 창작자의 관심을 받고 있는 듯한 즐거운 착각을 했다"며 "아시아 지역 여성 감독들의 약진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열린 '필름X젠더' 시상식에 (왼쪽부터) 김삼화 한국양성평등진흥원장, 정수진 감독, 황지우 감독, 황혜림 집행위원장, 변재란 이사장이 참석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양찬혁 기자
지난 29일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열린 '필름X젠더' 시상식에 (왼쪽부터) 김삼화 한국양성평등진흥원장, 정수진 감독, 황지우 감독, 황혜림 집행위원장, 변재란 이사장이 참석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양찬혁 기자

비경쟁 부문으로는 특별전 2개를 포함해 △쟁점: 광장과 현장 △세계 각지 여성감독 신작을 모은 '새로운 물결' △최근 한국에서 제작된 여성감독 작품을 담은 '지금 여기, 한국영화' △전 세계 퀴어영화 신작을 소개하는 '퀴어 레인보우' 등이 운영된다.

또 'SIWFF 창작지원'으로 완성된 '피치&캐치' 지원작 5편과 '필름X젠더' 제작지원작 2편도 상영된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함께하는 '필름X젠더' 선정작 시상식도 함께 열렸다. 정수진 감독의 '죽여야 사는 여자'와 황지우 감독의 '내게서 무엇을 보나요?'가 올해 선정작으로 발표됐다.

김삼화 한국양성평등진흥원장은 "두 작품은 올해 영화제 지향처럼 상호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각자의 모습과 감각을 다양한 의미로 확장하고 연대할 수 있는 영화"라고 평했다.

2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 포스터 2종.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2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 포스터 2종.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한편 올해 영화제 포스터와 트레일러는 정유미 감독이 연출했다. 최근 칸영화제에 애니메이션 '안경'으로 초청된 정 감독은 프란체스코 델코사의 '성녀 루치아'에서 영감을 받아 꽃 사이로 스며드는 시선과 달의 위상이 변화하는 모습으로 'F를 상상하다' 슬로건을 시각화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정 감독은 "올해 슬로건과 여성 영화제 원래 슬로건인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와 같은 맥락에서 느껴졌다"며 "여성 창작자가 모든 다 될 수 있고, 무엇이든 상상하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배우 최성은이 이날 영화제 11대 시우프스타(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최성은은 지난해 '힘을 낼 시간'으로 영화제에 참여했으며, 올해는 '아시아단편'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한다.

황 집행위원장에 따르면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지난해 40% 가까이 예산이 삭감됐으며, 올해도 지난해 대비 지원이 크게 늘지 않은 상황이다. 영화제 측은 줄어든 예산 내에서도 지속 가능한 영화제 운영 방안을 모색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황 집행위원장은 "줄어든 예산 내에서 영화제를 어떻게 잘 만들고, 지속 가능한 영화제 규모는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일이 꾸준한 질문이 될 것"이라며 "올해 영화제는 영화, 관객과 창작자, 우리의 만남 등 연대의 공간을 어떻게 잘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열심히 준비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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