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GM이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시작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파업 위기에 직면했다. 이르면 오는 7일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해 대규모 파업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조 한국GM지부는 최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하며 공식적으로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사가 임단협 교섭을 시작한 지 불과 한 달 만이다.
한국GM 노조가 이처럼 빠르게 파업 준비에 돌입한 배경에는 핵심 쟁점에서 사측과 전혀 접점을 찾지 못한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앞선 교섭 과정에서 한국GM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인플레이션 보전 성격의 일시금 지급을 비롯해 만 60세인 정년을 65세로 늘리고 국내 공장의 생산물량을 확대해 고용 안정을 보장하라고 사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GM은 글로벌 생산 전략과 비용 부담을 이유로 대폭적인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에는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고, 결국 1년 만에 한국GM은 다시 파업 위기에 놓였다.
자동차 업계 전반의 강경 기조도 한국GM 노조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임단협에서 현대차, 기아 등 완성차 노조는 대부분 강도 높은 요구안을 제시하며 교섭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조기에 투쟁 태세를 갖춰야 교섭력이 유지된다는 기류가 퍼져 있어 한국GM 노조도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파업 카드를 꺼낸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2018년 군산공장 폐쇄 이후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한국GM 철수설'도 한몫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GM 노조 내부에는 GM 본사가 언제든 국내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 교섭에서도 사측이 생산물량과 고용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을 하지 않으며 불안 심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에 한국GM이 최근 발표한 부평공장 일부 부지와 직영 서비스센터 매각 방침으로 철수 우려는 한층 짙어졌다. 교섭이 길어지면 GM 본사가 이를 한국 철수의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에 노조가 조기 쟁의권 확보로 사측을 압박하고 빠르게 교섭을 마무리하려는 전략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철수 불안감은 조합원 결속 효과도 불러왔다. 사측이 공식적으로 "철수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GM 본사의 전동화·신흥국 중심 생산전략이 지속되면 국내 생산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노조 내부에 "어차피 언제 철수할지 모른다면 지금이라도 최대한 더 받아내야 한다"는 정서가 커지며 교섭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는 평가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조기 쟁의권 확보 전략에는 고용 불안을 해소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GM의 내수 판매 비중이 작다고 해도 실제 파업이 본격화돼 부평·창원 공장의 생산 차질이 생기면 한국GM의 글로벌 공급망과 수출 일정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노조의 쟁의 조정 신청으로 중앙노동위원회는 10일간 조정 기간을 갖는다. 만약 조정이 결렬돼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쟁의권을 공식적으로 확보하게 된다. 찬반투표에서 과반 찬성이 나오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전면 파업이나 부분 파업을 진행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