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노이즈' 기자간담회에 (왼쪽부터) 김수진 감독과 배우 한수아, 이선빈, 김민석이 참석해 있다. 사진=양찬혁 기자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노이즈' 기자간담회에 (왼쪽부터) 김수진 감독과 배우 한수아, 이선빈, 김민석이 참석해 있다. 사진=양찬혁 기자

"이 영화를 왜 극장에서 봐야 할지 항상 고민하며 찍었습니다."

김수진 감독은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노이즈'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화면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점들도 많이 고민했지만,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운드에 많이 신경 썼다"며 "상영관에서 조용한 장면이 나올 때 여러 사람이 하나같이 숨죽이고 볼 수 있도록 연출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노이즈'는 층간소음이라는 현실적 소재를 공포 스릴러로 풀어낸 작품이다. 사라진 동생을 찾아 아파트로 돌아온 주영(이선빈)은 원인 모를 소리와 기이한 사건에 휘말리며 점점 예민하고 피폐해진다.

동생 주희(한수아) 역시 층간소음에 시달리며 명랑했던 모습을 잃어가고, 언니 곁에서 실종되는 인물로 등장한다. 여기에 기훈(김민석)이 가세하며 미스터리는 본격적으로 확장된다.

영화 '노이즈' 포스터.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노이즈' 포스터.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노이즈'는 단편영화 '선'으로 칸 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된 김수진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제57회 시체스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됐으며, 117개국에 선판매됐다.

그는 "공포물이 요즘 극장에서 볼 때 효과가 극대화되는 장르라고 생각해 꼭 도전하고 싶었다"고 데뷔작으로 공포 장르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층간소음이 일어나는 현실적 공간인데 주인공이 청각 장애가 있다는 설정이 매혹적이었다"며 "그 점을 활용해 소리를 이용해서 현실을 기반으로 한 스릴러에서 초자연적인 공포까지 아우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제목이 '노이즈'인 만큼 음향 연출은 핵심이다. 김 감독은 영화에서 현실적 소리와 초자연적 소리의 균형에 집중했다.

그는 "영화 초반에는 현실적인 소리가 기저에 깔려 있고 뒤로 갈수록 초자연적이고 알 수 없는 소리를 배치했다"며 "흔히 공포 영화에서 쓰는 점프 스케어보다 소리가 없을 때의 공포를 더 활용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영화 '노이즈' 스틸컷.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노이즈' 스틸컷.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이날 간담회에는 이선빈, 한수아, 김민석 등 주요 배우들도 참석해 촬영 경험을 들려줬다. 이선빈은 청각장애라는 설정이 덧입혀진 주영을 연기하며 촘촘한 감정선을 구축했다.

그는 "공포 장르에서는 누구보다 주인공이 제일 앞에 올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가장 놀라야 한다"며 "그렇지만 연기하는 배우로서는 모든 걸 알기에 정확하면서 세심하게 표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일 많이 알아야 하는 사람이면서 몰라야 하는 사람으로 연기해야 하는 점이 공포 장르에 임해야 하는 기본자세였다"며 "놀람의 표현 정도가 잘 됐을지 등 걱정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공포 영화를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한수아는 동생 주희 역을 맡았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너무 무서웠는데 재밌겠다 싶어 오디션을 열심히 준비했다"며 "오히려 공포를 무서워하다 보니 사람들이 어디서 무서워할지 알았던 것 같아 그런 포인트를 아이디어로 내는 재미가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기훈 역 김민석은 작품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감정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는 절제된 연기를 택했다.

그는 "관객들이 기훈이 나왔을 때는 조금 더 편하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최대한 무언가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면서 "이야기가 부드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윤활제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영화 '노이즈' 스틸컷.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촬영 현장 자체도 만만치 않았다. 실제 쓰레기와 미술팀이 만들어놓은 쓰레기가 가득한 아파트 지하 속에서 촬영이 진행되거나, 어두운 세트장에서 배우들은 정화조 냄새를 맡으며 촬영에 임하기도 했다. 김민석은 "숙소에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했다. 이선빈은 "촬영 중인 카메라가 멀어질수록 공포스러운 장면이 자꾸 상상됐다"고 회상했다.

영화는 주인공인 주영의 변화에도 초점을 맞췄다. 김 감독은 "대사와 편집으로 결말을 짚어주는 점도 있고, 그것이 주영의 변화를 보여준다"며 "이야기의 시작과 끝에 있는 주영이 많이 다르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노이즈'는 층간소음이라는 현실적 소재 위에 스릴러와 초자연적 미스터리를 덧입히며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는 공포를 그려낸다.

김 감독은 "더운 여름, 극장에서 딱 보기 좋은 영화"라며 "때로는 긴장하고 때로는 오싹하며, 또 놀라기도 하면서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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