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ImageF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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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을 앞두고 은행권이 ‘어린이·청소년 금융상품’을 강조하고 있다. 단순한 예·적금 유도 수준을 넘어서 고금리 혜택은 물론 디지털 금융교육, 비대면 계좌 개설 등 차세대 고객을 위한 맞춤 전략이 총동원되고 있다. 

저출산 해결이라는 사회적 과제와 미래 고객 선점이라는 금융 비즈니스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어린이 금융상품’이 올해도 시장 주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통 은행들은 유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의 라인업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단기 수익성보다는 브랜드 충성도 확보와 장기 고객 유치라는 전략적 접근이다.

정진완 우리은행장(가운데)이 본점 어린이집에서 저출생 위기 극복 금융권 릴레이 챌린지에 참여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정진완 우리은행장(가운데)이 본점 어린이집에서 저출생 위기 극복 금융권 릴레이 챌린지에 참여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미래 고객은 어릴 때부터…시중은행, 고금리에 서비스로 승부


KB국민은행은 '영유스(Young Youth)' 시리즈로 만 19세 미만 고객을 공략하고 있다. KB Young Youth 통장은 최대 100만원까지 연 2% 금리를 적용하는 파킹형 구조로 부모의 관리 아래서 자녀의 입출금 습관을 기를 수 있다. 적금 상품은 자유적립식 예금으로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최고 연 3.4%의 이율을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우리 아이행복 적금2’를 통해 고금리 경쟁에 가세했다. 기본금리는 연 2.65%, 만기일 전까지 아동등 사전신고증을 제출하거나 자동이체를 등록하면 최고 연 3.85%까지 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 여기에 ‘틴틴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만 14세~18세 청소년 고객을 위한 금융정보 콘텐츠도 함께 제공한다.

농협은행의 ‘NH올원TEENZ 적금’은 18세 이하 어린이·청소년을 노린 대표 상품이다. 최대 연 4.05% 금리를 제공하며 ‘생일달 가입’이라는 이색 조건도 눈에 띈다. 개인의 특수일을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주택청약 보유자에게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구조도 향후의 ‘청년 고객 전환’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신한은행은 ‘MY 주니어 적금’으로 연 3.6% 금리를 제공하면서 법정대리인 동의하에 보험 상품(학생배상책임보험) 자동 가입 혜택도 추가했다. 단순한 금리 경쟁이 아닌 종합 금융 체험 차원의 접근이다.

하나은행은 만 18세 이하 고객을 대상으로 '아이 꿈 하나 적금'을 운영하며 최대 3.75%의 금리를 지원한다. 출생 후 1년 이내, 만 7세, 13세, 16세가 되는해 0.3%p 특별 금리가 붙고, 고객이 동일기관, 학교 등 10인 이상 단체 가입하면 해당 가입년도에는 0.3%p 금리가 붙는다. 

토스가 금융감독원과 협력해 어린이⋅청소년 금융 교육에 나선다. 사진=토스
토스가 금융감독원과 협력해 어린이⋅청소년 금융 교육에 나선다. 사진=토스

인터넷은행, 디지털 감수성 앞세워 ‘청소년 모시기’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재미와 참여를 전면에 내세운 ‘디지털 금융 교육형’ 상품으로 어린이·청소년층을 공략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mini'시리즈를 앞세우고 있다. 만 12세 이하는 보유 한도가 월 50만원이며 13세 이상은 100만원으로 늘어난다. 'mini 26일저금'은 고객들이 하루 500~2000원을 설정해 스스로 저금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목표를 달성하면 보너스 캐시나 랜덤 캐시를 지급해 게임적 요소를 더했다. 

토스뱅크는 ‘아이적금’을 출시하며 금리 파격 경쟁에 불을 지폈다. 기본 연 3%에 부모가 자동이체를 설정하면 추가 2.5%포인트가 더해져 최고 연 5.5% 금리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이자받는 저금통’ 기능을 선보이며 7~16세 대상의 초저금리 시대 대응형 상품군을 다변화했다.

케이뱅크는 기존 하이틴 명칭을 알파(ALPHA)로 변경하고 혜택을 강화했다. 하이틴은 만 14~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며 편의점, 온라인 결제 시 월 최대 2000원까지 캐시백 혜택을 제공하는데, 알파는 여기에 3번 결제할 때마다 별을 모은 뒤 교환소에서 원하는 브랜드 쿠폰으로 교환할 수 있다. 캐시백 쿠폰으로 월 최대 5000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출산율 0.7시대…은행권, 고금리 저출산 특화 상품 총력전


어린이날을 겨냥한 유소년 금융상품 외에도 금융권은 저출산 극복을 위한 특화 상품 출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일부 상품은 연 10%를 넘는 금리까지 제시하며 ‘고금리 역설’을 구현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아이사랑적금’은 기본 연 2.0%에 다자녀, 자녀보험 가입 등 조건 충족 시 최대 연 10.0%의 금리를 제공한다. 하나은행 '아이키움적금'은 특별우대금리를 포함하면 최대 8.0%까지 금리를 높일 수 있다. 

새마을금고는 올해 뱀띠 해를 겨냥한 ‘MG희망나눔 아기뱀적금’을 출시하며 최고 연 12.0% 금리까지 내세웠다. 기본 10%, 둘째 11%, 셋째 이상은 12%다. 

은행연합회는 ‘저출생 극복 상품 공시 플랫폼’을 통해 14개 은행의 24개 상품을 비교할 수 있도록 했고, 저축은행중앙회도 별도 안내 홈페이지를 열어 16개 저축은행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금융권은 어린이·청소년 상품을 단기적 예금 유치보다는 장기적으로 금융문맹 탈출과 세대기반 확대를 위한 ESG 전략 일환으로 보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유소년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먼저 이들을 포섭해 평생고객으로 끌고가겠다는 복합적 의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어린이날 풍성 나눠주던 수준에서 지금은 디지털 기반 금융습관 형성과 보험, 소비습관 유도까지 설계가 치밀해졌다"며 "유소년 시장은 미래 생존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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