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그룹 내 핵심이던 이니스프리와 에뛰드는 여전히 부진하지만, 코스알엑스와 오설록 등 신규 브랜드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며 내부 구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홀딩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1648억원, 영업이익 128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7%, 55.2% 상승했다. 특히 해외 사업 부문에서는 서구권 매출이 전년 대비 40% 증가했고, 중화권 역시 사업 효율화를 통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전통 핵심 브랜드인 이니스프리는 몇 년째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2016년 국내외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브랜드 가치를 확립했으나, 이후 로드숍 수요 감소로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2020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9% 감소한 70억원에 그쳤고, 2021년에는 10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니스프리는 2023년 브랜드 이미지를 전면 쇄신하는 리브랜딩을 단행했다.

브랜드 리뉴얼 전략에 따르면 이니스프리는 기존의 '맑고 순수한 자연주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역동적이고 강렬한 감성의 세계관을 새롭게 구축했다. 로고, 제품 디자인은 물론 광고 영상까지 전면 교체한 파격적인 시도였다.

하지만 이 같은 전환이 소비자와의 접점에서 충분한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자연주의라는 정체성을 급격히 전환한 데다 기존 인기 제품의 단종, 가격 인상, 제품 간 패키지 혼선 등 소비자 반응이 누적된 탓이다. 여기에 올리브영 중심의 유통 환경 변화와 저가 브랜드 약진까지 겹치며 이니스프리 고유의 포지션이 흐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매출 2246억원, 영업이익 16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 대비 18%, 84% 감소한 실적을 냈다. 이에 따라 2024년도 결산배당금은 총 44억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2023년도 배당금 총액 62억원보다 28% 감소한 규모다. 또 다른 핵심 브랜드인 에뛰드도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2.9%, 38.6% 줄어들며 브랜드 경쟁력 약화가 드러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뷰티 시장의 성장 흐름에 발맞춰, 지난해 코스알엑스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코스알엑스는 제품력과 Z세대 중심 전략을 기반으로 미주 및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식음료 브랜드 오설록은 올해 설립 이래 처음으로 배당을 실시하며 그룹 내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전통적인 화장품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건강·웰빙 수요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부상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코스알엑스, 오설록 등 신성장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기존 화장품 중심 전략을 넘어, 브랜드 다각화와 사업 구조 유연화를 겨냥한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이니스프리·에뛰드처럼 브랜드 자산과 소비자 인지도가 높은 기존 간판 브랜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단기 실적 회복과 별개로 이러한 브랜드들이 지닌 시장 파급력을 새로운 성장 흐름에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지가 향후 사업 재편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이니스프리는 오프라인 로드숍 축소, 면세 매출 감소 등으로 매출이 하락했으나, 온라인 대응력 제고 및 비중 확대를 통해 채널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고 있다"며 "코스알엑스도 매출과 영업이익 측면에서 사업 구조 강화 및 추가 신제품 출시를 통해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