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가 국내 시장에서 판매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10대 중 4대가 하이브리드 차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수요 정체 속에 친환경과 연비를 모두 잡으려는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27일 올해 1분기 국내 시장에서 판매한 SUV가 총 15만492대였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 모델은 5만9386대로 전체의 39.5%를 차지했다. SUV 판매량 10대 중 4대 가까이가 하이브리드였던 셈이다.

하이브리드 SUV 판매는 최근 급격히 늘었다.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 SUV 국내 판매량은 2022년 11만7499대에서 지난해 24만4776대로 2년 새 두 배 넘게 뛰었다. 특히 현대차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022년 2만6250대에 불과했던 현대차 하이브리드 SUV 판매량은 지난해 9만2290대까지 치솟으며 3.5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SUV 하이브리드 비중도 12.3%에서 24.5%, 이어 37.6%로 빠르게 확대됐다.

모델별로는 싼타페의 기세가 눈에 띈다. 싼타페는 2022년 하이브리드 모델 비중이 47%였으나, 지난해 58%, 올해 72%로 올라섰다. 올해 1분기 들어서는 하이브리드 비중이 77%에 달했다. 신형 팰리세이드도 힘을 보탰다. 지난 1월 출시된 신형 팰리세이드는 누적 계약 고객 가운데 67%가 하이브리드를 선택한 것으로 집계됐다.

SUV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인기가 치솟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디젤 모델 단종이 본격화하면서 빈자리를 하이브리드가 채운 데다, 고유가 시대와 친환경 규제 강화도 하이브리드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부족과 전기차 캐즘 현상까지 맞물리면서, 당장 구매 부담이 덜한 하이브리드를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다. 하이브리드 SUV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사이의 '현실적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