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영유아를 중심으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예방접종만이 유일한 대응 수단이지만 접종 비용이 고가인데다 예방접종 시행 병원도 많지 않아 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8일 질병관리청 감염병 통계에 따르면 올해 3개월(1주~13주) RSV에 감염된 환자 수는 총 3508명으로 집계됐다.
RSV(Respiratory Syncytial Virus)는 인플루엔자, 코로나19와 함께 법정 4급 감염병에 속하는 급성 호흡기 감염병이다. 주로 하기도(아래쪽 호흡기)에 감염을 일으켜 콧물, 기침, 발열 등 일반 감기와 비슷하게 시작한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한 비말로 전파되며, 딱딱한 표면에서 6시간 이상 감염력이 유지돼 물체를 통한 간접 전파도 가능하다.
성인이나 청소년에게는 경미한 감기 증상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는 폐렴이나 모세기관지염으로 악화될 수 있어 위험하다. 특히 기도가 좁고 폐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생후 6개월 이하 영아나 조산아, 만성질환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감염 시 호흡곤란, 천명(쌕쌕거림), 산소포화도 저하 등의 심각한 증상으로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올해 3개월간 RSV 전체 감염자 중 0~6세까지 영유아 감염 환자 수는 1704명으로 전체 감염자의 48.57%다. 부산, 서울, 제주 등 전국 산후조리원에서 감염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어린이집, 유치원 등 집단생활 공간을 중심으로 집단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경기 지역 산후조리원에서도 영아들이 RSV에 집단 감염돼 비상이 걸린 바 있다.
하지만 RSV 치료제는 현재까지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다. RSV가 발병하면 증상 완화를 위한 산소치료, 수액 공급 등 보존적 치료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다 보니 발병 자체를 최소화하기 위한 30초 이상 손 씻기, 장난감 등의 주기적인 소독, 기침 예절 준수 등이 예방을 위한 최선으로 뽑힌다.
예방접종이란 효과적인 수단이 있긴 하지만 국가 예방접종 사업에 해당하지 않아 비용 부담이 큰 상황이다. 국내에 시판 중인 생후 12개월 미만 신생아 및 영아 접종 가능 RSV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사노피와 공급 중인 '베이포투스'가 유일한데, 비급여 항목이다 보니 접종비가 60만원 이상으로 형성돼 있다. 게다가 예방접종을 시행하는 의료기관 자체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RSV 예방접종을 국가 예방접종 사업에 포함시키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영국, 스페인, 프랑스 등은 영유아 RSV 예방접종을 국가사업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미국도 2023년부터 어린이 백신 지원 프로그램(VFC)을 통해 지원 대상 영유아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유아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감염병이지만 정부 지원이 없어 부모들이 가격 부담에 선택적 접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저출산 국가로서 산모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RSV 예방접종은 국가 필수예방접종으로 지정하는 등 제도적 보완을 고민해 볼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