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인 감독이 지난 28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파란'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양찬혁 기자 
강동인 감독이 지난 28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파란'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양찬혁 기자 

"내가 만약 범죄자의 장기를 이식받게 됐을 때, 그 죄의식을 내가 감당해야 하는가."

강동인 감독은 지난 28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파란'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영화 '파란'의 출발점을 이렇게 질문하며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질문에서 아이디어를 확장해 나가며 인물들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한 인간이 어떻게 다른 인간을 정확히 믿을 수 있는가', '믿음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라는 질문과 저만의 질문을 섞어 이야기를 확장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파란'은 뺑소니 사고로 뒤바뀐 가해자의 아들이 된 태화(이수혁)가 살인자로 알려진 아버지의 폐를 이식받고, 피해자의 딸 미지(하윤경)를 찾아 나서며 시작하는 감성 미스터리다. 영화는 가족의 죄로 죽지 못해 살던 두 사람이 뜻밖의 동행을 시작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감정을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이날 간담회에는 강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수혁과 하윤경이 참석해 영화 속 두 인물에 담긴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 '파란' 스틸컷. 사진=메리크리스마스·삼백상회
영화 '파란' 스틸컷. 사진=메리크리스마스·삼백상회

하윤경 배우는 막 성인이 된 미지를 연기하며 느꼈던 고민을 털어놨다. 하 배우는 "미지는 가정폭력에 노출됐던 인물이기도 하고, 미지를 보호해줄 편이 없는 상황 속에서 태화와 만나는 큰 사건까지 겪는다"며 "이제 막 20살을 넘긴 친구가 어떻게 이런 상황을 감당할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결국에는 미지도 태화처럼 일종의 죄책감을 느끼면서 잘못을 뉘우쳤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살면서 크고 작은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가는데, '파란'은 그 죄책감을 어떤 방식으로 헤쳐나가야 할지 등을 많이 생각해보게 된 작품이 됐다"고 덧붙였다.

태화를 연기한 이수혁 배우는 "각자 처한 상황은 다르겠지만,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게 목표라고 생각한다"며 "영화에서 두 인물이 만나 어려움을 점점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삶의 태도를 다시 떠올리게 됐다"고 전했다.

영화 '파란' 스틸컷. 사진=메리크리스마스·삼백상회
영화 '파란' 스틸컷. 사진=메리크리스마스·삼백상회

'파란'은 한국영화에서 처음으로 클레이 사격을 소재로 삼은 작품으로 알려졌다. 배우 이수혁과 하윤경은 영화를 위해 실제로 클레이 사격 훈련을 받았다.

강 감독은 "한국에서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스포츠를 영화로 소개하고 싶었다"며 "태화가 폐 이식을 받은 인물이기에 숨, 호흡이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그런데 클레이 사격은 숨을 참아야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역설적이어서 흥미로웠다"고 설명했다.

강 감독은 영화 속 인물이 선과 악으로 명확히 나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쓸 때 선과 악의 불명확함을 가져가려고 했다"며 "범죄로 얽힌 인물들이지만, 모든 인간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적 압력 속에서 누군가는 악한 부분이 더 눌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덜 눌려 있어 비율을 달리할 뿐"이라며 "그렇기에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고, 영화 속 인물의 선택은 선과 악의 비율에 따라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영화 '파란' 스틸컷. 사진=메리크리스마스·삼백상회
영화 '파란' 스틸컷. 사진=메리크리스마스·삼백상회

하윤경과 이수혁 배우는 어려웠던 촬영 환경의 이야기도 전했다. 하 배우는 "독립영화를 찍다 보면 언제나 시간이 부족한 건 매한가지다"며 "(독립영화 현장이) 항상 여유롭지 못한 환경은 맞지만, 그런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와 독립영화를 놓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배우는 "현장에 나가기 전에 연습을 많이 했지만, 촬영 과정에서 변수도 많았다"며 "특히 운동선수 역할을 좋아해 클레이 사격 선수라는 캐릭터를 잘 표현하려 노력했다. 전문가가 보기엔 미흡할 수도 있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이야기했다.

영화 '파란'은 죄책감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두 사람이 서로의 고통을 마주하며 삶의 이유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 클레이 사격이라는 낯선 소재로 가족의 죄와 상처로 얽힌 두 인물의 동행을 풀어낸 이 영화는 오는 4월 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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