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조선시대 문신이자 명필인 정난종(1433~1489)의 서예 작품 '동래군필적'(東萊君筆蹟)의 조사와 수집, 연구를 통해 500여년간 훼손돼 알아볼 수 없었던 역사적 기록을 복원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발견으로 연안 이씨 가문은 조상 이보정(1393~1456)의 신도비를 새롭게 건립한다.
'동래군필적'은 조선 세조와 성종 시대에 활동했던 정난종이 이보정(1393~1456)의 신도비(神道碑)를 탁본해 만든 총 14면으로 구성된 서첩이다. 신도비는 죽은 사람의 평생사적을 기록해 무덤 앞에 세운 비석을 뜻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신도비에 새겨져 있는 글(신도비명)은 지금까지 어떤 금석문 관련 서적이나 문헌에도 소개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진은 정난종이 이보정의 아들 이숭원(1428~1491)과의 친분을 통해 이보정의 신도비명을 쓴 것으로 추정했다. 정난종과 이숭원은 여러 차례 같은 직위에서 서로 교체되거나 동시에 승진한 기록이 있어 이숭원이 아버지의 신도비를 당대 명필이던 정난종에게 부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신도비는 조선 전기 문신이었던 이보정이 사망한 후 1481년에 건립됐다. 현재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에 위치한 이보정 신도비는 글자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상태다. 연안 이씨 후손들은 정난종의 탁본으로 보존된 글 '동래군필적'을 원본으로 삼아 신도비를 직접 재건립하기로 결정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관계자는 "흩어진 과거의 기록들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아무런 연고도 없이 사라진다"며 "고문헌과 유물의 조사와 수집, 정리와 연구 과정을 통해 역사적 가치를 새롭게 조명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안 이씨 후손들이 건립하는 신도비 제막식은 오는 29일 오후 2시에 개최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