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강 업황 악화로 동국제강의 지난해 실적이 크게 하락했다. 올해도 건설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서 철강 수요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은 돌파구로 고부가가치 사업인 유리섬유 철근 개발에 착수했다. 하지만 단기차입금 상환 부담에 신사업 추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국제강의 지난해 매출은 3조5275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1025억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고, 순이익은 348억원으로 75.5% 급감했다. 영업이익률도 2.9%로 6.1%P 하락하며, 수익성 저하가 뚜렷했다.
회사 측은 건설 경기 둔화와 중국산 철강재 수입 증가로 인한 판매량 감소를 주요 원인으로 들었다. 특히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정책 여파로 국내 시장에 중국산 저가 제품 유입이 확대되며, 가격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방 산업인 건설경기 둔화가 장기화하면서 구조적 불황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동국제강은 철강 업황 부진 장기화로 악화되는 수익성을 타개하기 위해 친환경 철근 대체재로 꼽히는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GFRP) 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고부가가치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철강 업황 장기 침체를 타개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GFRP 제품의 제조·가공 및 도소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정관 변경안을 상정했으며 원안대로 승인을 받았다.
다만 지난해 말 기준 9398억원에 달하는 차입금은 신사업 추진에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지주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약 1조2541억원의 차입금을 승계한 영향이다. 특히 이 중 1년 내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이 9130억원에 달해, 유동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동국제강은 보유 현금 등을 활용해 총 차입금을 1년 사이 1486억원 줄였고, 부채비율도 105.2%에서 87.7%로 개선했다. 그러나 오는 10월 7900억원의 대규모 차입금 만기가 도래해 유동성 확보가 신사업 진행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710억원 감소한 3637억원에 그치면서, 재무 건전성 관리에 대한 부담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동국제강 관계자는 "부채비율은 분할 직후 약 121%에서 (1486억원을 줄여) 87.7%까지 낮췄으며, 유동성도 우려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라며 "신사업에 대해서는 투자를 검토하고 있기는 하지만 세부 사항은 주주총회 이후 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철강 업황 악화와 유동성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동국제강의 배당 기조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동국제강은 공시를 통해 자본구조 유지를 위해 배당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부채 감소를 위한 신주 발행 및 자산 매각 등의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8월 1주당 30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해 약 149억원을 지급했고, 이어 347억원 규모의 연차배당까지 단행하며 총 495억원의 배당금을 책정한 바 있다. 이에 동국제강 관계자는 "분할 직후 최소한의 투자 수익을 보장하는 최저 배당기준과, 배당 상한선으로 설정하는 '최대 배당기준'을 도입했다"라며 "2년 연속 당기순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한 배당을 지속적으로 실시한다는 주주환원책을 수립했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