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새마을금고중앙회.
사진=새마을금고중앙회.

새마을금고가 투명한 인적 쇄신을 위해 도입한 전국 동시 이사장 선거를 마무리하고 이사장 선출을 마쳤다. 반면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효용성은 눈에 띄지 않는 모양새다. 직선제 도입에 걸맞은 세부 규정과 조합원 독려가 미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는 각 금고 이사장 선출을 마치고 오는 21일 새로운 임기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 2023년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사태 이후로 건전성 제고와 내부 통제에 총력을 기울였다. 새마을금고는 그간 대의원 간선제로 이사장을 선출해 오면서 끊임없이 부정 선거와 금품 수수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연임을 2차례로 제한하는 규정에 부딪혀 자리 유지가 불가능해지자 일시적으로 다른 이사장을 세웠다가 다시 재임에 나서는 등 편법을 일삼으며 이사장 자리를 유지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김인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은 이사장 선출과 관련한 잡음을 없애고 인적 쇄신을 위해 전국 동시 직선제를 도입했다. 공정한 선거를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를 위탁했다. 

반면 선거가 치러진 후 직선제 도입이 유명무실해졌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대다수 금고에서 전·현직 임원이 당선되면서다. 선거 대상 금고 1101곳 중에서 현직 이사장이 그대로 당선된 금고는 750곳으로 나타났다. 해당 금고에서 임원을 지냈던 당선자가 선출된 금고는 214곳이었다.

게다가 단독 후보 출마로 무투표 당선이 이뤄진 금고는 1101곳 중 743곳에 달했다. 전체의 67.48%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에 직선제의 가시적인 효용성이 미미하다는 목소리가 따라붙었다.

일각에선 입후보 허들이 다소 높았다고 평가했다. 현행 새마을금고법에 따르면 △6년 이상 금고 임원 근무 △10년 이상 중앙회 또는 금고 상근직 근무 △10년 이상 금융 관련 기관 공무원 근무 △10년 이상 금융위원회 피감 금융사 근무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까다로운 입후보 조건에 이를 충족하는 후보군 자체가 매우 좁았다는 분석이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입후보 조건은 법적인 근거에 따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전엔 새마을금고 상근 임원 자격 요건이 지나치게 완화돼 부실사고를 일으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며 "금융 전문성이 부족한 이사장이 금고를 이끌면서 문제가 생긴다는 시선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상근 임원 자격 요건은 전문성 제고를 위해 강화된 것으로 새마을금고 자체 방향성을 잡기 위해 마련된 법령"이라며 "입후보 군을 고려해서 당장 제도 변경을 논의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며 현재 선출된 이사장들의 운영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후보 출마 저조와 더불어 낮은 조합원 투표율에도 눈길이 모인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전국 동시 선거의 새마을금고 조합원 투표율은 25.7%에 그쳤다. 전체 유권자 규모가 430만명에 육박하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다. 이에 입후보 가능성이 있었던 후보자들은 물론이고 조합원도 투표를 외면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중앙회 차원에서도, 선관위에서도 적극적인 홍보를 진행했다"며 "다만 농·수협, 산림조합 등 특정 직군에 해당하는 타 상호금융권 대비 투표율이 낮은 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표율은 어느 정도 염려했던 지점이라 선거 후에 내부적으로도 성찰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금품 수수 등 부정행위 정황도 거듭 불거졌다. 전남, 강릉, 충북 지역 일부 이사장 후보자들은 금고 회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선관위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수사 의뢰와 고발은 선관위가 전담하고 있어 상응하는 조치를 내릴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결국 야심 차게 건전성 제고를 외쳤지만 첫선으로 유의미한 결과값을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다만 이를 긍정적인 시작으로 보는 시각도 감지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새마을금고는 현재 동시선거를 이미 진행하고 있는 농·수협과는 성격이 다르고, 조합장에 쏠리는 관심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며 "첫 번째 시도라서 좀 더 소극적이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직선제와 간선제 둘 다 장단점이 있지만 직선제 도입 자체는 유의미한 행보"라고 덧붙였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중앙회에 주어진 과제를 보여준 선거였다"며 "후보 출마는 개인의 선택이다 보니 중앙회에서 섣불리 어느 정도 출마율을 예측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출마 관련해 후보자를 더 독려할 수 있겠지만 강제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며 "다만 앞으로도 계속 동시선거를 치를 예정이니 후보자들이 금고 운영에 관한 고민이나 비전을 더욱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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