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를 사랑한다. 흠없이 반짝이는 무스 코팅, 온갖 모양으로 만든 장식용 초콜릿 장식, 반을 가를 때 드러나는 매끈한 단면, 같이 제공하는 멋들어진 그릇과 식기, 입에 넣었을 때 퍼지는 부드러운 식감까지. 디저트를 먹으며 겪는 모든 경험을 사랑한다.
오직 디저트 가게 소식을 확인하기 위해 만든 SNS 계정도 하나 있다. 팔로우하고 있는 계정은 140개 정도다.
보통 가게 계정에는 그날 판매하는 디저트 목록이 올라온다. 언제 쉬는지, 어떤 제품이 판매 종료되고 또 새로 나오는지 알려준다. 크리스마스나 발렌타인데이 같은 기념일에는 특별 제품과 함께 가격, 예약 방법이 공지되는 정도다.
디저트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계량 없이 원하는 식감이나 형태를 얻을 수 없고, 그날의 습도와 사용하는 부자재에 따라 결과물도 달라진다. 디저트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라면 모양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패키지 역시 따로 디자인이 들어간다.
신사동의 유명 초콜릿 가게는 SNS에서 이런 글을 남기기도 했다. "발렌타인데이 고민은 언제쯤부터 하느냐고 물어보시는데, 발렌타인데이 다음 날부터 합니다." 개인 사생활과 일을 분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으나, SNS에 다른 글을 쓸 여력도 없을 거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엔 조금 달랐다. 응원봉 사진을 올리며 시위 참여를 시사하는 계정도 있었고, 정치 관련 영상 링크를 공유하는 계정도 보였다. 매일같이 올리던 글에 "모두 심란한 시기이지만", "마음 편히 이런 글을 올려도 될까 싶지만" 같은 문구를 덧붙이며 시국을 걱정하는 계정은 여럿 이었다.
논란도 생겼다. 이런 글을 가게 계정에 올리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가게를 이용할 일이 없다는 댓글도 많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 몇 달째 화제다. 경제를 담당하는 인물이 정치적 발언을 한다는 비판이다. 총리직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계속된다.
하지만 이 총재는 비상계엄 선포 전부터 다소 직설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 총재는 선임 5개월 만인 2022년 8월 "연말 이후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거라 예상한 투자자가 있다면 자기 책임하에 손실을 보시든지 이익을 보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SKY 교수님들이 결단만 해 준다면 큰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사교육 광풍 해결 방안으로 지역 비례선발제도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딥페이크 영상인 줄 알았다"거나 국무위원에 "고민 좀 하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일갈하면서도 꾸준히 '정치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비상계엄 전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질의응답에서 "총리 하실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총재는 "제가 안 그래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아예 준비해왔다"며 "상황이 어려운 만큼 업무에 현재 충실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가 경정 필요성을 언급하는 게 정치적이란 지적에도 "지극히 경제적인 발언"이라며 "정치적이라고 해석하면 해석하시는 분 문제"라고 맞받아쳤다.
디저트는 사치재다. 영양분이라고는 없고 없어도 되는 수준을 넘어 안 먹는 게 나은 음식이다. 그래서 더 보기에 좋아야 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먹는 순간 잠깐이나마 고루한 일상과 나를 분리해주는 음식, 그런 음식을 파는 계정에서 정치 얘기를 하는 걸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지난해 12월 3일 이후 단 한 번도 정치 얘기를 하지 않은 사람이 대한민국에 존재할까. 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되묻고 싶다. 먹고 사는 문제에 어떻게 그렇게 무심할 수 있느냐고.
경제 상황이 몇 달째 녹록지 않다. 중앙은행을 이끄는 대표자가 하는 말이 정치적이고, 그래서 부적절하다는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그러면 제발 좀, 본업만 하게 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