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1000TEU급 컨테이너 선박 'HMM 블레싱호'. 사진=HMM
1만1000TEU급 컨테이너 선박 'HMM 블레싱호'. 사진=HMM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HMM의 몸값이 두 배로 올랐다. 여기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매각은 난항에 빠진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그간 확보한 현금 자산을 바탕으로 HMM이 '자립'을 선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0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MM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1조7002억원, 영업이익 3조512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39%, 영업이익은 501% 급증한 수치로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실적이다. 영업이익률은 30%로 국내 상장사 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실적 급등에도 HMM은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호실적으로 인해 HMM의 현금성 자산이 14조원에 달하며 몸값이 2배 이상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에 적정 매각 가격을 맞출 인수자 찾기는 난항에 빠졌고 매각은 더욱 지연되고 있는 형국이다.

매각 지연 이유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몸값뿐만이 아니다. 오는 4월에는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보유한 7200억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CB)가 주식으로 바뀌며 해진공과 산업은행이 더 많은 HMM의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주식 수가 늘어나면 채권단의 권리와 주식 비율이 달라지고 매각 가격과 조건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어 매각 조건을 다시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또 6월에는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의 임기가 종료된다. 그간 HMM 매각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온 산업은행의 수장 교체로 매각 관련 정책과 방향이 변화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있다.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안정성도 매각을 지연시키는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치적인 상황이 복잡하면 경제 정책이나 기업 관련 정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 특히, 해운업과 같은 국가 경제와 직결되는 중요한 산업에서는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매각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매각 의지가 확고하다는 입장을 연일 내비치고 있지만 매각 지연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김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HMM 매각이 "절차적으로 잘 진행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 의지를 확고히 했다. 매각 주체인 해진공 안병길 사장도 지난 18일 "좋은 매각 대상자가 나타나면 원칙대로 매각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HMM이 확보한 현금 자산을 바탕으로 독자노선을 겆는 '자립'을 선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HMM의 중장기 이익 전망과 주주환원 정책에서 자립 경영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지난해 9월 HMM은 2030년까지 23조5000억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특히 HMM은 12조7000억원을 친환경 선대에 투자해 업황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HMM은 연평균 매출성장률 9%와 3년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 4%라는 구체적 수치도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HMM이 세계적인 선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자립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면서도 "HMM이 자립을 선택할 경우 공기업의 한계로 인해 지속적인 재무적 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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