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직원의 손, 사진=연합뉴스
증권사 직원의 손,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공모주 매매 중 발생한 시스템 장애와 상사의 폭언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증권사 직원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숨진 증권사 직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21년 5월, 증권사에서 주식매매와 고객 응대 업무를 담당하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 날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졌다.

사고 당일은 B사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일이었다. 개장 직후 B사 주가는 30% 가까이 급락했고, A씨는 급히 매매 주문을 시도했지만 주문용 단말기 장애로 제때 주문을 넣지 못해 상사에게 욕설과 폭언을 당했다. A씨는 곧 자리에서 쓰러졌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인과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지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유족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과로와 급격한 스트레스가 A씨의 지병인 변이형 협심증을 악화시켜 급성심근경색으로 이어졌다”며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 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A씨의 평균 근로 시간이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에는 미치지 않았지만, 당시 공모주 청약이 여러 건 진행되며 주식 주문 건수가 10~20배 증가했고 A씨의 업무량도 크게 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단말기 고장과 상사의 폭언은 극도의 긴장과 불안, 당혹감을 초래해 급격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업무 부담이 증가한 상황에서 돌발적인 문제가 발생했고, 이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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