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 가운데 함 회장이 신년사에서 지속 가능한 가치를 위한 구조와 시스템을 주문한 점이 눈에 띈다.
함 회장은 지난 2일 올해 신년사를 발표했다. 신년사에서 그는 "지금 우리는 이러한 성과를 발판 삼아 백년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며 "급변하는 금융환경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해관계자 이익을 조화롭게 실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함 회장은 이를 위해 필요한 최우선 과제로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 역량 확보'를 꼽으며 "당장의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더디 가더라도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장기적인 경영 방향의 필요성을 피력한 셈이다.
금융지주는 세습 경영이 아닌 만큼 경영진의 장기 집권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다.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에 모범적인 승계를 보여달라고 압박하면서 지주 회장 여럿이 용퇴 의사를 표명하고 물러나기도 했다.
지난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집권에 우려를 표하면서 윤종규 KB금융 전 회장, 조용병 신한지주 전 회장 등이 용퇴 의사를 표명하긴 했으나 이들은 모두 지주 호실적을 이끌어왔다.
함 회장 역시 경영력은 인정받은 인물이다. '고졸 신화'의 대표적인 인물로 상업 고등학교를 졸업해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실적도 순항 중이다. 회장 자리에 오른 2022년 하나금융 순이익은 연결 기준 3조6257억원으로 전년보다 2.8% 올랐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익은 3조2254억원으로 무리 없이 최대 실적 갱신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함 회장이 장기 계획을 주문했다는 것은 리더십에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근 하나금융지주가 정관 임기를 바꾼 점도 함 회장 연임에 힘을 싣는다. 해당 규범은 '이사의 재임 연령은 만 70세까지로 하되 재임 중 만 70세가 도래하는 경우 최종 임기는 해당 임기 이후 최초로 소집되는 정기주주총회일까지로 한다'는 내용이다. 이전 규범에서는 '해당 일 이후'로 규정했다.
즉 만 70세가 되더라도 임기를 예정대로 마칠 수 있다는 의미다. 통상적으로 지주 회장 임기는 2~3년이다. 함 회장은 올해 11월이 지나면 만 69세다. 정관 변경 전에는 연임 성공 시에도 1년의 임기밖에 받지 못했으나 이제는 2년 임기를 채울 수 있게 됐다.
한편 함 회장은 지난달 30일 자사주를 매수했다. 강성묵 부회장 겸 하나증권 대표, 이승열 부회장 등 주요 임원진과 함께 매수를 진행했지만 총 매입 주수 9350주 중 5000주를 함 회장이 사들였다. 함 회장이 시장에 책임경영 메세지와 함께 연임 의지를 내비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함 회장은 "이번 주식 매입을 계기로 밸류업 계획에 대한 실행력을 강화하고 주주들과의 소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하나금융이 금융주 밸류업 대표 모범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