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왕(龍王)'명 묵서가 쓰인 백자. 사진=국립경주박물관
'용왕(龍王)'명 묵서가 쓰인 백자. 사진=국립경주박물관

경주 동궁과 월지에서 출토된 조선시대 백자에서 '용왕'(龍王)이라고 적힌 글자가 처음 확인됐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최근 16세기에 제작된 백자에서 '용왕'을 비롯해 다양한 내용이 적힌 묵서(墨書)를 처음으로 확인하고, 1975~1976년 동궁과 월지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8000여점의 조선 자기편 가운데 130여점의 묵서가 확인됐다고 11일 밝혔다.

묵서는 먹물로 글씨를 쓴 것을 뜻한다. 여러 묵서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용왕' 글자다. 학계에서는 과거 동궁과 월지에서 '신심용왕'(辛審龍王)이라 적힌 토기가 출토된 점 등을 근거로 '용왕'이라는 글자가 월지에서 지낸 용왕 관련 제사와 연관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145년 편찬된 역사서 '삼국사기'(三國史記)에는 '용왕전'(龍王典)이라는 기록이 있는데, 월지에서 용왕 제사를 거행할 때 각종 의례를 관장하는 관부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장식에 새겨진 '내간(內干)' 글자. 사진=국립경주박물관
장식에 새겨진 '내간(內干)' 글자. 사진=국립경주박물관

통일신라시대 월지 주변 건물에 사용된 금속 장식에서도 명문이 확인됐다. 문의 모서리 부분을 마감한 띠쇠로 추정되는 금속 장식의 내면에서 서체가 다른 '내간(內干)'이란 명문을 확인했다.

X선을 촬영한 결과 한 글자만 날카로운 도구로 새겼고, 다른 세 글자는 끌을 짧게 쳐서 선이 점선처럼 보이는 축조(蹴造) 기법으로 새겼음이 밝혀졌다. '내간'은 통일신라시대 왕실과 궁궐의 사무를 관장한 내성(內省)의 관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도 '기계요(杞溪窯)', '기(器)', '개석(介石)', '십(十)' 등과 '졔쥬'나 '산디'처럼 한글도 확인됐다.

국립경주박물관은 1975~1976년 발굴한 '경주 동궁과 월지' 출토품을 재정리해 종합 연구하는 '월지 프로젝트'를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앞으로도 '월지 프로젝트'를 통해 그 성과를 공개할 계획이며, 이번에 확인된 조사 성과는 현재 진행 중인 월지관 개편 전시에 반영해 내년 월지관 재개관 시 상설전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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