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의 한밤 긴급 비상계엄 선포에 긴장했던 국내 기업들이 금융시장 불안 등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SK, 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밤사이에 긴박하게 전개된 상황을 예의주시하느라 뜬 눈으로 밤을 샌 데 이어 이날 오전부터 긴급회의를 소집해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SK그룹은 이날 오전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일부 계열사 최고경영자 등이 참석하는 주요 경영진 회의를 열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그룹 경영 활동에 미칠 영향 등을 논의하기 위함이다.
LG는 이날 오전 계열사별로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 금융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해외 고객 문의에 대한 대응 등을 논의하고 있다. 여의도에 사옥이 있는 LG는 이날 새벽 직원들에 문자를 보내 "비상계엄 관련 여의도 상황이 좋지 않아 트윈(사옥) 동관, 서관 모두 재택근무를 권고한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HD현대는 이날 오전 7시30분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고 각사별 대응 전략을 수립해 나갈 계획이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국내외 상황이 긴박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각사 사장들은 비상경영상황에 준하는 인식을 가져야 하며, 특히 환율 등 재무리스크를 집중 점검해 줄 것"을 주문했다.
HS효성도 이날 오전 중 사장단 및 관련 임원 긴급 경제 상황 점검 회의를 열 예정이며, 포스코홀딩스도 관련 부서에서 금융시장 동향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고 뉴욕 증시에 상장된 한국 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출렁이는 등 금융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인 만큼 향후 경제계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은 평소와 같이 항공편을 정상 운항하고 있다. 다만 항공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한국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항공 수요의 전반적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건설업계도 비상계엄령이 시장에 미칠 영향에 주시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국민 소비 심리와 밀접한 연관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출 규제로 주춤한 매수 심리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경제단체도 이번 사태가 향후 경제계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오전에 임원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상의 관계자는 "조속히 정국이 안정됐으면 좋겠다"며 "기업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경제부처와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주재로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상법 개정안 토론회도 취소된 상태다.
한국무역협회도 이날 오전 긴급 경영진 회의를 열고 간밤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국회의 해제가 한국 경제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