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심이 1년이 넘도록 소비자 불만이 이어진 과일음료 카프리썬의 종이 빨대를 다시 한번 개선한다.
20일 농심 관계자는 "한 차례 개선한 빨대를 적용한 이후에도 소비자가 불편을 겪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소비자 편의 증대를 위해 다양한 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프리썬 빨대 논란은 지난해 2월 농심이 기존 주황색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교체하며 시작됐다.
카프리썬은 포장 전면 상단의 작은 비닐 부위에 빨대를 꽂아 섭취하는 제품이다. 당시 농심은 환경 보호를 위해 합성수지 사용이나 코팅 등을 하지 않은 100%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로 만든 빨대를 채택해 적용했다.
당시 농심은 "카프리썬에 들어가는 종이 빨대는 환경 호르몬 우려가 없는 친환경 재질로 합성수지 코팅을 하지 않아 재활용이 가능하다"며 "농심은 기존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대체해 연간 약 30톤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코팅 없는 100% 종이라는 점이다. 빨대 강도가 약해 비닐 부위를 뚫지 못하고 구부러지는 사례가 계속돼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됐다. 또 유통 과정 중 빨대가 눌려 찌그러지거나 편의점 매대 등에 냉장 상태로 판매할 시 습기나 물기를 머금고 빨대가 흐물흐물해지는 현상까지 더해졌다.
계속되는 빨대 꼽기 실패에 소비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실패해 구부러진 종이 빨대 인증 사진과 함께 '제품 특징을 고려하지 않은 교체', '뚫리게는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 '한약 먹듯 위를 잘라 마셨다', '화병 걸릴 것 같아 안 마시겠다', '실패한 아이들이 못 먹는다고 울더라' 등 불만 섞인 글들이 도배됐다.
심지어 '종이 빨대로 카프리썬을 뚫는 방법'을 소개하는 글까지 등장했는데 구멍에 빨대를 대고 불을 지피듯 손을 비비거나 빨대를 위에서부터 각을 크게 해 끼워 넣는 등 다양한 방법들이 나왔다.
소비자 불만을 인지한 농심은 결국 지난해 9월 펄프 양을 늘려 강도를 높이고 빨대 각도를 조절해 개선한 종이 빨대로 재차 교체했다. 하지만 소비자 불만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불황으로 음료 시장 판매 부진과 주 고객층인 영유아 소비자 감소 등의 영향으로 카프리썬 판매량이 감소 추세에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1년 넘게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는 만큼 올해 안에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농심이 종이 빨대가 아닌 옥수수, 대나무, 바이오 플라스틱 등을 활용한 친환경 빨대로 교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들 친환경 빨대들은 종이 빨대 대비 강도가 높아 카프리썬 제품 특징과 더 잘 맞는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농심 관계자는 "소비자 편의 증대를 위해 다양한 안을 놓고 검토 중"이라며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직장인 익명게시판 블라인드에 최근 올라온 카프리썬 빨대 불편함 호소 글에 농심 직원들은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조만간 변화가 있을 것', '기다려 주시길' 등의 댓글을 달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