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에코플랜트가 회사채 조달에 나선다. 최근 건설채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SK에코플랜트의 조달 전략도 주목을 받고 있다.
SK에코플랜트(신용등급 A-/안정적)는 23일 채무 상환을 위해 1300억원 자금 조달에 나선다. 트랜치는 1년물 300억원, 1.5년물 400억원, 2년물 6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오는 25일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결과에 따라 최대 2600억원까지 증액을 검토한다.
건설채는 한동안 건설경기 침체와 부동산PF로 미매각이 쏟아졌다. 올해 초 한국토지신탁(한토신, A-/안정적)은 1000억원 수요예측에서 380억원만 주문이 들어왔고, HL디앤아이한라(BBB+/안정적)는 600억원 모집에 540억원이 모이며 40억원 미매각이 발생했다. GS건설(A/안정적)도 1000억원 회사채에서 280억원만 주문이 들어오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6월 말 조달에 나선 DL이앤씨(AA-/안정적)가 1000억원 수요예측에서 8000억원 이상의 주문이 몰리며 건설채 반전을 썼지만, 이어진 롯데건설(A+/부정적) 1500억원 수요예측에서는 770억원 모집에 그치며 명암이 엇갈렸다.
건설채 시장은 건설사별 옥석가리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는 건설업계 최고 수준인 신용등급을 오랜 기간 유지하고 있다. 재무적 안정성도 강점이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2조4477억원이고,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기조를 유지하며 사실상 무차입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비용 대비 EBITDA(상각 전 이익)는 8배가 넘는다.
반면 롯데건설은 신용등급 전망에 '부정적' 꼬리표가 붙어있다. 1분기 단독사업 기준 PF우발채무는 브릿지론을 포함해 4조8321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뒤'를 봐주던 롯데케미칼이 지급보증에서 빠지면서 완판에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롯데케미칼도 2022년부터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재무여건이 악화돼 롯데케미칼 지급보증이 있었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SK에코플랜트에 대한 시장 평가는 긍정적이다. 신용등급은 A-로 롯데·GS건설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최근 자회사 편입 등 SK그룹의 지원 의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SK그룹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지분 100%를 SK에코플랜트에 이전하는 방식으로 SK에코플랜트에 대한 지분율을 기존 42.9%에서 62.1%로 확대할 수 있다.
신용평가사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편입으로 사업이 다각화되고, 현금창출력이 개선됨에 따라 재무부담도 덜어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SK에코플랜트는 연초 1300억원 모집에서도 7000억원 주문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일반 건설사와 다르게 환경, 에너지 사업이 다각화됐다는 점이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에센코어는 계열 영업기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확보하고 있어 최근 수년간 대규모 투자로 확대된 SK에코플랜트의 재무부담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자회사 편입 효과르 반영하면 EBITDA 대비 순차입금이 8.7배에서 7배 수준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에코플랜트의 조달 전략도 눈에 띈다. 특히 이번 회사채 발행에는 미매각을 우려해 6개 증권사가 대표주관(한투·NH·신한·KB·SK·키움)을 맡고, 7개 증권사가 인수단(BNK·한양·한화·DB·대신·리딩·유진)을 꾸리는 등 대형사단이 만들어졌다. 희망 금리 밴드도 -30bp~+130bp로 상단을 넓히며 수요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SK에코플랜트의 자금조달이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이 SK에코플랜트 지배력을 키우는 만큼 그룹에서 알짜 기업으로 분류된 것 아니겠느냐"며 "이번 지배구조 조정으로 상환 부담을 덜어낸 셈이라 자금조달에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