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HD현대 주식을 잇따라 매입하고 있다. 사진=HD현대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HD현대 주식을 잇따라 매입하고 있다. 사진=HD현대

HD현대 오너 3세 정기선 부회장이 최근 지주회사 주식을 잇달아 사들이고 있다. 재계에선 정 부회장의 행보를 주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지난 19~21일 3일간 주식 4만6517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번 주식매수에 따라 정 부회장의 지분율도 기존 5.88%에서 5.94%로 0.06%포인트(p) 높아졌다.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정 부회장의 지분은 5.26%였는데 지난달부터 HD현대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면서 지분율도 확대된 모양새다.

HD현대는 정 부회장의 주식 매입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HD현대마린솔루션이 코스피에 상장하면서 모회사 HD현대의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정 부회장이 주식 매입에 나선 이후 HD현대 주가는 안정세를 찾고 있는 모습이다. 올초 자회사인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지난 4월19일(종가 기준) 6만500원까지 떨어졌던 HD현대 주가는 지난 19일 7만원대를 회복했다. 

일각에선 그룹 승계 구도의 핵심인 HD현대의 지분율 확보에 나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HD현대그룹 최정점에 있는 HD현대의 최대주주는 정 부회장의 부친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지분율 26.60%)이다. 정 부회장은 개인 2대 주주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해 오너 3세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아버지 정 이사장으로부터 지분을 상속 또는 증여받아야 하는데 상속·증여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배당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몽준 이사장의 지분 가치는 최근 주가 기준 1조5000억원 수준이다.

상속·증여세 최고비율은 50%(30억원 이상 상속 및 증여시)이고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이 적용되면 정 부회장은 최대 65%의 세율을 적용받아 상속세로만 약 9800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HD현대가 2018년부터 배당 성향 70% 이상의 주주친화 정책을 유지해 온 만큼 증여세 재원 마련을 위해 배당 수익을 적극 활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HD현대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비율)은 98.9%를 기록했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번 정기선 부회장의 주식 매입은 주가 흐름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책임경영의 뜻을 밝힌 것으로 그 의지가 매우 확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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