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당근마켓)이 '나도 모르게 당근 거지가 됐다'는 이용자의 의견을 수용해 즉각 개선에 나섰다. 따뜻한 가치인 나눔의 선순환을 위해 소비자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개선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14일 당근은 최근 3회 이상 나눔을 실천한 이용자는 본인이 나눔을 받은 횟수가 상대에게 보여지지 않도록 기능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당근은 지난 2022년부터 나눔을 하는 이용자에게 상대방의 나눔 받은 횟수를 공개해 왔다. 채팅창 상단에 'OO님은 최근 30일 동안 나눔을 O번 받았어요' 라는 형식이다.

이용자들은 해당 정보를 일명 '당근 거지'를 피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당근 거지는 당근에 올라오는 나눔 물건들을 싹쓸이 해 가거나 심지어 돈을 받고 되파는 사람들을 낮게 부르는 비속어다.
당근에서 나눔 대상자 선정은 선착순이 아니라 이용자의 선택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상대방의 정보에 해당하는 이 메시지는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당근 관계자도 "해당 기능은 '나눔'이라는 따뜻한 가치를 최대한 많은 유저가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좋은 취지에 이용자들도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어 좋지만 한편으로는 편견을 유발할 수 있어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는 이용자들도 있다.
아이를 키우며 최근 당근을 자주 이용하게 됐다는 A 씨는 "아이의 옷이나 장난감 등을 살때 당근을 이용하고 있는데 최근 나눔을 하다 해당 메시지가 뜨는 것을 알게 됐다"며 "나눔을 받을 때마다 고마운 마음에 상대방이 판매하는 물품들을 하나씩 추가 구매해 왔는데 이런 부분은 노출 안 되고 받은 횟수만 노출되는 것을 알고 괜히 당근 거지 의심을 살까봐 나눔 받는 것을 꺼리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 B 씨는 "최근에는 퇴근길 차를 가지고 나눔을 받으러 갔다가 '좋은 차 타시면서 무슨 나눔을 그리 많이 받느냐'란 말을 들었다"며 "나눔 받는 만큼 나눔을 많이 하고 있는데 받은 정보만 노출되니 나도 모르게 당근 거지가 됐다. 그 이후 일체 나눔 하지도 받지도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용자들의 불편함을 인지한 당근의 조치는 빨랐다. 당근은 해당 민원을 인지한 다음날 3회 이상 나눔을 실천한 이용자는 나눔 받은 횟수가 상대방에게 보여지지 않도록 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해당 기능은 당근이 이용자들의 불편함을 미리 파악하고 일부 사용자에게 시범적으로 적용하고 있던 기능이다. 이번을 계기로 전 이용자들에게 확대 적용됐다.
당근 관계자는 "나눔을 많이 한 이용자에게 또 다른 나눔이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해당 기능을 확대 적용하게 됐다"며 "더불어 나눔 받은 횟수와 함께 나눔을 실천한 횟수도 함께 보여주는 기능의 추가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근은 이용자분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며 "더 많은 이용자에게 나눔의 기회가 돌아가는 건강한 거래 환경을 조성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