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칠성의 필리핀 자회사 필리핀펩시가 롯데칠성 순이익의 발목을 잡고 있다. 롯데칠성은 필리핀 음료시장 진출을 위해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으나 투자 대비 효과를 두고는 아직 미미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필리핀펩시는 올해 1분기 약 2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약 2400억원으로 롯데칠성 외형 성장에 기여했으나 영업이익단 부진으로 롯데칠성 순이익에는 악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롯데칠성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2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5% 감소했다. 지배지분순이익도 26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1% 줄었다.
롯데칠성은 2010년 필리핀펩시 지분 34.4%를 약 1184억원에 인수했다. 2017년 롯데지주 출범 당시 필리핀펩시 지분을 지주사에 넘겼다가 2020년 555억원을 지불하면서 재인수하고 자회사로 편입했다.
현재 롯데칠성이 소유한 필리핀펩시 지분은 73.6%다. 최초 지분 인수와 재인수를 포함해 약 1793억원을 출자한 셈이다.
롯데칠성은 필리핀펩시 인수 당시 음료와 소주의 동남아 진출을 위한 생산기지 역할을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의 기대와 달리 장부가액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롯데칠성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지주사에 넘기기 전까지 필리핀펩시의 장부가액은 1436억원이다. 지주사에 지분을 넘기는 과정에서 471억원의 손실이 반영됐고 2020년 재인수 당시에도 4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필리핀펩시의 장부가액은 1191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회수가능액이 투자금액에 미달할 것으로 판단한 셈이다.
필리핀펩시는 2021년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당시 순이익은 62억원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다음 해인 2022년 순이익은 약 8억원에 머물렀다. 이런 기조는 계속 이어져 지난해엔 아예 28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칠성이 필리핀펩시에 출자한 금액을 고려하면 순익 기여도가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지배지분순이익 외에도 필리핀펩시 실적을 끌어올릴 필요는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30년까지 필리핀펩시를 필리핀 증권거래소에 재상장해야 한다는 부담이 남아있어서다. 재무적투자자(FI)인 펩시코(PepsiCo)와 퀘이커글로벌인베스트먼트(Quaker Global Investments)는 필리핀펩시 지분에 대한 풋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재상장에 실패한다면 롯데칠성은 FI 몫을 떠안아야 한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필리핀펩시는 제품 포트폴리오 조정, 불필요한 할인율 축소, 제품 수급 불균형 해소를 중심으로 체질 개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필리핀 현지 원당 매입 가격도 안정화 추세를 보여 2분기에 흑자전환이 되고 하반기 이익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